포워드는 쉽지 않은 직종이다. 기본적으로 코트 전체를 모래시계 대형으로 돌아야 하는 만큼 뛰는 양은 사실상 제일 많은 편이다. 스몰포워드의 경우는 오픈 찬스를 찾아 외곽슛을 노려야 하며 2-2 백도어 플레이의 주가 되는 선수들도 스몰포워드인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고양 오리온스의 올 시즌은 ‘포워드 농구’의 가능성과 숙제를 알려줬다.
오리온스는 종착역에 거의 다다른 2011~2012 시즌 17승 32패로 서울 SK와 공동 8위(20일 현재)에 위치해 있다. 시즌 초 접전인 경기가 많았으나 뒷심 부족 등으로 인해 최하위 자리에 머물렀고 서울 삼성에서 김동욱이 가세한 이후로는 선전하는 경기가 더욱 많아졌으나 플레이오프행 티켓은 이미 멀어진 뒤였다.

강팀의 조건으로 믿음직한 빅맨과 똘똘한 포인트가드의 존재가 거의 정설화되어 있다. 반면 오리온스는 장신 센터나 민완 가드가 아닌 포워드들을 앞세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동준이 올 시즌 부상으로 인해 결장이 잦았으나 신인 최진수와 ‘포인트포워드’ 크리스 윌리엄스, 이적생 김동욱 등이 분전했다. 그 외에도 슈팅가드를 겸할 수 있는 전정규와 베테랑 조상현이 코트를 밟았다. 포워드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는 순간 오리온스는 강팀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도깨비팀'의 모습을 보여줬다.
과거 추 감독은 ‘포워드 농구’로 성공을 거뒀던 바 있다. 2004~2005시즌 부산 KTF(KT의 전신)의 지휘봉을 잡았던 추 감독은 현주엽과 애런 맥기-게이브 미나케를 동시에 투입해 재미를 봤다. 체격이 비슷한 세 명의 포워드들이 종횡무진 코트를 휘저으며 상대 수비진을 괴롭혔던 것. 웬만한 포인트가드들보다 뛰어난 패싱 능력을 갖춘 현주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리온스에서는 그 모습이 확실히 나오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두 명 동시 출격이 가능했던 7년 전과 달리 올 시즌은 윌리엄스 한 명만 기용할 수 있었다. 다음 시즌에는 2명 보유-1명 출전 시스템이다. 윌리엄스가 볼 배급 능력을 갖췄으나 이동준이 부상으로 자주 나오지 못했고 최진수는 대단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으나 아직은 신인으로서 배워야 한다는 점도 노출했다. 김동욱은 막판 왼손 엄지 골절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실제로 지난 19일 인천 전자랜드전서 오리온스는 4쿼터 포인트가드 조효현을 빼고 슈터 전정규를 투입했다. 윌리엄스가 포인트포워드 식으로 볼배급을 맡고 김동욱, 조상현, 전정규 등의 외곽포로 경기를 뒤집고자 했으나 결국 승패의 추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경기 종료 1분 1초 전 김동욱의 3점포가 터지기는 했으나 늦은 감이 있었다.
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을 마치고 포워드 허일영과 슈팅가드 김강선이 군입대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건국대 시절 ‘왼손잡이 방성윤’으로 주목받았던 허일영은 올 시즌 29경기 출장에 그쳤으나 공격 옵션이 많은 포워드 중 한 명.
신인으로 연세대 출신의 2m 장신 김승원이 전체 드래프트 3순위로 입단하긴 했지만 김시래(모비스) 최부경(SK)급 대어는 아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김동욱의 시즌 후 잔류 여부도 아직은 미지수다.
상황에 따라 비시즌 동안 새 판을 짤 수 있는 오리온스다. 혼혈 선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주전 포인트가드 감으로 전태풍(KCC)을 영입할 수도 있으나 전태풍은 개인기가 뛰어난 공격형 가드다. 그가 입단하더라도 잠재력만큼 개성도 강한 오리온스 포워드진을 어떻게 조율할지도 두고 봐야 한다.
김동욱의 FA 잔류와 이동준, 최진수의 다음 시즌 꾸준한 활약 여부도 알 수 없다.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으로 윌리엄스와 재계약이 불가능한 만큼 새 외국인 선수로 누가 올 것인지도 지켜봐야 한다.
관계자는 “올 시즌 팀의 가능성을 봤다. 다음 시즌 더 좋은 모습을 팬들 앞에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과연 오리온스는 다음 시즌 포워드 농구로 자주 이기는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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