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상대 투수의 공을 많이 보는 걸 중점으로 삼고 있다”.
오릭스 유니폼을 입고 일본무대에 도전하고 있는 이대호(30)가 연습경기에서 빼어난 선구안을 자랑하는 중이다. 이대호는 18일 한신전과 19일 요코하마전, 20일 야쿠르트전 세 경기를 통해 4타수 2안타 3볼넷 출루율 7할1푼4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세 번의 연습경기에서 이대호의 가장 돋보이는 면모는 ‘신중함’이다. 이대호는 일본투수들을 상대로 서둘러 배트를 휘두르기 보다는 신중하게 상대 투수들의 공을 관찰하고 있다. 총 7번의 타석 중 풀카운트까지 간 경우가 4번인데 아무래도 이는 볼카운트에 따른 일본 투수들의 습성을 파악하려는 의도가 크다.

이대호는 한국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선구안을 바탕으로 높은 출루율을 자랑했다. 2008시즌의 경우, 이대호의 타율과 출루율은 거의 1할 차이를 보였다. 리그 최고의 타자로서 탈삼진을 당하기보다는 사사구를 더 많이 얻어냈다. 또한 좀처럼 한국 투수들의 유인구에 속지 않았다.
일본 투수들은 유인구에 능하다. 일본 투수들은 투수에게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기 보다는 유인구를 던진다. 현재 이대호가 선구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신중함을 보이는 것은 일본 투수들의 유인구를 제대로 관찰하기 위함이다.
볼넷으로 걸어 나간 과정을 돌아보면 스트레이트 볼넷 없이 모두 풀카운트 상황이었다. 18일 한신전 첫 타석에선 풀카운트에서 떨어지는 변화구를 참아냈고 20일 야쿠르트전 첫 번째 타석은 풀카운트 끝에 낮은 공, 세 번째 타석은 풀카운트에서 바깥 슬라이더를 휘두르지 않고 볼넷을 얻었다.
이대호가 지금의 자세를 유지할 경우, 한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선수 중 가장 빠른 적응력을 보일 수 있다. 어차피 지금은 연습경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개인성적에 남지도 않는다. 만일 이대호가 투수와 수 싸움에 임하면서 온 힘으로 배트를 휘두르면 홈런도 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안타와 홈런은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일본 투수의 공을 더 보고 일본 투수들의 볼카운트 승부 방식을 체크하는 게 올 시즌을 적절하게 대비하는 방법이다.
20일 이대호와 4번타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T-오카다는 만루홈런을 때렸다. 하지만 이대호의 4번 타자 자리를 벌써부터 걱정 할 필요는 없다. 이대호에게 연습경기는 오직 ‘빠른 적응’을 위한 무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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