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나도 원정에선 인종차별 야유 받아"
OSEN 이두원 기자
발행 2012.02.21 12: 01

‘블루 드래곤’ 이청용(24, 볼튼)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고약한 ‘인종차별’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이청용은 지난 17일 출간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영웅전'(브레인스토어, 홍재민-조한복 공저)에서 “원정에 가면 인종차별 야유는 늘 듣는다”라고 밝혔다. 동양인이라는 이유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청용은 상대팀 팬들의 인종차별 야유를 한 귀로 흘러버릴 정도로 성숙했다. 그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야유를 보내는 사람들도 좀 형식적으로 하는 것 같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음을 밝혔다.
사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유독 인종차별이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와 파트리스 에브라(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이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논란이 대표적이다. 경기 중 에브라의 검은 피부색을 걸고 넘어진 수아레스는 결국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부터 8경기 출전정지에 벌금 4만 파운드(약 7100만 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나아가 첼시의 존 테리는 퀸스 파크 레인저스의 흑인 수비수 안톤 퍼디난드에게 인종차별 욕설을 하는 입 모양이 TV 카메라에 잡혀 오는 7월 형사재판을 앞두고 있다. 결국 이것은 존 테리의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박탈 논란으로까지 이어져 파비오 카펠로 대표팀 감독의 사임을 불렀다.
경기 관중의 90% 이상이 백인이어서 축구 경기장에서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은 프리미어리그에선 일상다반사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이청용처럼 외모부터 다른 동양인 선수는 쉽게 야유의 대상이 되곤 한다. 물론 이는 절대 해서는 안 될 불법적 행동들이고,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수사가 진행되는 심각한 사회적 범죄다.
하지만 상대팀 선수에게 보내는 야유 자체가 워낙 심한 욕설을 담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중간에 돌출되는 인종차별적 표현을 잡아내기란 쉽지 않다. 이청용의 표현처럼 야유를 보내는 팬들도 혐오감이라기보다는 축구장에서나 가능한 욕설 정도로 여기는 인식도 많다.
물론 인종차별이 축구계를 넘어 모든 분야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한편으로 이를 뒤로하고 타지에서 실력으로 당당히 한국인 프리미어리그의 위상을 높인 이청용의 마음가짐과 오직 축구에만 집중하는 무심함(?)은 그가 어떻게 그토록 빠른 시간 내에 세계 최고 무대에 적응하고 활약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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