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찬 놓치기 싫은 양승호 감독의 뼈 있는 농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2.22 12: 59

"주찬아, 너 내년에 롯데 남는 거 아니면 무조건 해외 나간다고 약속했지?"
롯데 자이언츠의 전지훈련이 한창인 19일 일본 가고시마 가모이케 구장. 양승호(52) 감독은 주루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오던 외야수 김주찬(31)을 보고 농담 같은 진담을 건넸다. 그 말에 김주찬은 웃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다.
올 시즌이 끝나면 김주찬은 FA 자격을 얻는다.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을 갖춘 김주찬은 올 시즌만 잘 보낸다면 이른바 '대박'을 노릴 만하다. 이번 스토브리그도 수준급 외야수 품귀현상 속에 넥센으로 돌아간 이택근이 거액을 받았다. 김주찬은 "그런 걸 의식하면 야구 더 안 된다. 그냥 하던 대로 할 생각"이라며 덤덤한 표정이었지만 오히려 주위에서 역대 FA 대박을 터트린 선수들의 명단을 나열했다.

지난해 부상으로 시즌 중반 합류했던 김주찬은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타율 3할1푼2리 6홈런 40타점 58득점 25도루로 2번 타자 역할을 충실히 했다. 특히 마지막 출장 경기에서 정확히 100안타째를 기록, 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 기록을 이어가는 꾸준함도 보여줬다. 2010년 LG 이대형과 도루왕 경쟁을 할 만큼 발이 빠른 데다가 지난해는 외야 수비도 일취월장하며 벌써부터 외야가 부족한 타팀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김주찬 같은 선수야말로 같은 팀이면 믿음직스럽고 예뻐 보이지만, 상대 팀이면 눈엣 가시와 같다. 양 감독은 "나가면 뛰는 선수 아닌가. 다른 팀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한 타입의 선수다. 이용규나 이대형 상대해 본 감독이라면 알 것"이라 말하고는 "최소한 FA 자격 얻어서 우리 팀에 안 남아 있을거면 아예 눈에서 안 보이게 외국 가라는 농담"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롯데는 정해진 타순이 없다. 이제 연습경기를 시작했고 시범경기를 거쳐 타순을 결정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단 한 명, 김주찬만은 타순이 정해졌다. 양 감독은 "우리 팀에서 타순이 정해진 건 김주찬 하나 뿐이다. 올 시즌 1번 타자로 출전한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롯데의 톱타자는 전준우였다. 전준우는 3할 타율과 득점 1위를 올리며 훌륭하게 1번 타자 역할을 수행했지만 톱타자를 맡기에는 장타력이 아깝다는 평이 많았다. 2010년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출전하며 19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전준우는 지난해 홈런이 11개로 줄었다. 이대호가 빠져 무게감이 줄어든 중심타선에 전준우를 배치하고, 발 빠르고 작전수행 능력이 뛰어난 김주찬을 전면에 배치한다는 게 양 감독의 복안이다.
기분 좋은(?) 농담을 뒤로 하고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가려는 김주찬에게 들려온 양 감독의 한 마디는 이것이었다. "주찬아, 올해 너 90경기 채워야 FA지? 다른 팀 간다고 하면 딱 89경기만 출전 시킬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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