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희선 인턴기자] "우리가 쉽게 보인 게 문제지".
담담하게 말했지만 전창진 감독의 속마음은 내심 씁쓸해 보였다.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명장이자 '우승 청부사'로 불려왔던 전창진 감독인만큼 더욱 그랬다.
지난 21일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라운드 서울 삼성 썬더스와 경기를 위해 서울 잠실체육관을 찾은 전창진 감독은 화제가 된 임시 대체선수 레지 오코사의 KBL 복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KT는 이날 경기서 삼성에 막판 역전을 허용하며 77-80으로 패했다. 팀과 손발을 제대로 맞춰볼 틈도 없이 경기에 투입된 오코사는 부족한 모습을 드러냈지만 전창진 감독은 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큰 기대는 없다. 오늘(21일) 새벽에 겨우 한국에 들어왔는데 뭘 기대하겠나. 연습도 제대로 못하고 바로 왔는데. 한 20~25분 뛰면 많이 뛰는 것 아니겠나"라며 큰 기대가 없다고 거듭 강조한 전창진 감독은 오코사를 불러들인 이유에 대해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용병 찰스 로드의 부상은 KT에 큰 공백을 안겼다. 19일 부산에서 있었던 KGC인삼공사와 경기서 51-73으로 패하며 용병의 빈 자리를 절감한 전창진 감독은 예전 동부에서 함께 뛰었던 오코사를 임시 대체선수로 임시 영입했다. 항간에서는 오코사의 활약을 봐서 로드와 교체하려는 복안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창진 감독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코사는 32세다. 5년 전이라면 몰라도 오코사로 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혹시 남은 5경기 동안 나를 깜짝 놀라게 하면 또 모르지, 그래도 그런 기대는 안 한다"고 웃었다.
전창진 감독이 불과 5경기 남은 정규시즌을 위해 오코사를 불러들인 이유는 국내 선수들의 체력 보전에 있다. 플레이오프를 준비한다는 것은 결국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해준다는 뜻이라고 설명한 전창진 감독은 "KGC에 홈에서 대패하고 속이 많이 안 좋았다. 관중이 1만 명 넘게 오고 사장님도 왔는데 경기 내용이 몹시 안 좋았다"며 "팬을 위한 경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볼거리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재밌는 농구를 하기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즌 막바지에 돌입한 프로농구는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팀이 모두 결정되면서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져주기 논란'의 관련자가 되기도 했던 전창진 감독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하다 못해 3, 4쿼터에 휴식을 취하게 해야 하는데 시작부터 대놓고 그런 모습을 보이면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밝힌 전창진 감독은 "결국 우리가 쉽게 보인 것이 문제"라며 씁쓸해했다.
그러나 6년 만에 6강 플레이오프를 맞이하게 된 전창진 감독은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승부사의 혼을 불태웠다. "우릴 선택해서 오는 팀들이 과연 원하는 대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며 플레이오프를 정조준한 전창진 감독이 과연 짜릿한 우승으로 상처입은 자존심을 달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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