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김민희란 배우가 끝까지 궁금해지는 영화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2.22 17: 02

영화 '화차'(변영주 감독)는 끝까지 여주인공 선영(혹은 그 누군가)과 그를 연기한 김민희란 배우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으로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화차'는 22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미스터리의 여왕이라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발레교습소'로 7년만에 복귀한 변영주 감독에 의해 부활했다.
'화차(火車)'는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워 지옥을 향해 달리는 일본 전설 속의 불수레로 한 번 올라탄 자는 두 번 다시 내릴 수 없다. 원작은 지난 1992년 출간돼 '타인의 인생을 훔친다'는 설정을 모티프로, 신용불량과 개인파산의 심각성을 일깨우며 당시 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영화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사라진 약혼녀를 찾아나선 남자와 전직 형사, 그리고 그녀의 이름과 가족, 삶 등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걸 알게 된 후 드러나는 미스터리를 그렸다. 영화는 약혼녀 선영이 없어지는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돼 선영의 모든 정체가 드러나며 마무리된다. 그 만큼 여주인공은 분량을 넘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하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휘하는 인물이다.
영화를 보면 변영주 감독의 말이 새삼 실감난다. 변 감독은 김민희에 대해 "카메라 앞에 서서 멍하게 있더라도 뭔가 중요한 감정이 잡히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배우"라고 평했다.
영화 속 김민희의 표정은 별로 다양하지 않다. 모노톤에 가까운 색깔 없는 얼굴로 약간은 멍한 눈동자로 사람을 꿰뚫듯이 응시한다. 하지만 한 순간, 불안 공포 사랑 분노 등 굉장히 섬세한 감정이 스며나온다. 잔잔한 듯 하면서도 사람을 끄는 그 눈빛은 보는 이을 집중시키고 관찰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영화가 선영의 과거로 파고 들어가면서 한 남자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팜므파탈 뒤의 여린 감정이 드러난다. 영화에서 발견한 김민희의 장점 중 하나는 쉽게 그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듯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눈빛과 표정은 한없이 순수한 고등학생 같다가도 한순간에 인생의 여러 굴곡을 겪은 여성의 모습이 겹쳐진다.
'화차'의 선영은 최근 등장했던 영화 캐릭터 중 어떤 팜므파탈 보다도 강력해 보인다. "나 사람 아니야. 쓰레기야"라고 독한 말을 내뱉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 김민희의 독보적인 개성은 밀도 깊게 캐릭터를 완성한, 약혼녀를 잃고 그녀를 찾아다니는 남자 이선균과 사라진 여인을 추적하는 냉철한 전직 형사로 분한 조성하의 탄탄한 연기로 무게감을 얻었다. 3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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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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