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대한 열의로 시종 뜨거웠던 베이스볼 아카데미 제2기 전문기록원 과정이 지난 2월 19일, 수료식과 기록실기 테스트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전문기록원 과정이지만 제1기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1월 초 수강신청자 접수부터 과열양상으로 치달았던 점은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의를 표출하는 방식은 좀더 달랐다. 격해졌다고(?)하면 이해가 쉬울까?
특히 올해 만 60세로 과정 수료자 중 가장 고령이었던 안길준님의 등장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정식으로 야구기록을 배운 적이 없음에도 독학으로 기존 야구기록법에 견주어 전혀 손색없을 만큼의 실력을 쌓아 올린 점도 그렇지만, 그간 실제 기록한 경기들을 일지로 만들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경기내용과 관련한 기사나 사진 등을 첨부해 장식한 부분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기록지를 뒤적이며 보는 내내 경외감마저 일었다.

평소 기록지만 놓고 볼 때 경기의 주요 승부처와 기록적인 하이라이트가 어디인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없는 점이 늘 불만이었는데, 공식기관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부분을 한 개인이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었음을 확인한 순간, 부러움 반 부끄러움 반과 함께 따라 하고픈 욕구가 불끈 일었다.
또한 중학교 교사 신분으로 방과후 야구교실을 운영하는데 있어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몸으로 익혀 전달하고 싶은 욕망 하나로 거리가 먼 울산에서 주말마다 서울로 상경, 기나긴 겨울 밤을 찜질방에서 보낸 김경모님을 비롯한 부산, 진주, 창원, 구미, 대구, 경주, 광주, 전주, 삼척, 태백, 원주, 춘천 등, 무거운 짐을 이고 원거리 수강의 고역을 감수한 지방참가자 분들의 노고는 과정을 준비하고 마련한 기록위원회에겐 보이지 않는 채찍과 힘이 되어 주었다.
이외에도 곳곳에서 생활체육 사회인야구 팀의 현역 감독으로, 경기이사로, 협회심판이나 기록원 또는 각 분야의 책임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 역시 한가지라도 더 익혀 실전에서의 경쟁력을 키우고자 노력하는 모습 또한 강습회장을 기간 내내 훈훈하게 덥혀주었다.
수강자들 대부분 이전에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주차가 거듭되면서 설은 낯을 하나 둘 지워나갔고 마지막 주차에는 수료일 하루 전날 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향후 정기적인 모임의 장을 지속해나가기 위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고 한다.
야구기록이 매개가 되어 팬들의 모임이 결성된 기억은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3년 KBO 주최의 첫 기록강습회(대한체육회 강당)가 열린 직후, 야구기록에 관심이 많은 수강생들의 모임으로 ‘SKBR’(한국야구기록연구회)이라는, 미국의 야구기록과 통계에 관한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SABR’을 본 따 만든 야구기록 동호인 단체가 현판을 내건 적이 있었다.
해마다 기록강습회가 끝나면 회원이 불어 한때는 많은 인원이 가입, 야구기록에 관한 자료들을 직접 뽑아 두 번(1984년, 1987년)에 걸친 단행본을 펴냈을 만큼 왕성한 의욕 속에 활동했던 모임으로, KBO주최 정기 기록강습회와는 별도로 회원모집을 위한 자체 기록강습회를 따로 여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1990년대에 접어들며 기존 회원들의 야구계 진출과 회원모집 중단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번 제2기 과정에 참석한 수강생들의 새로운 모임이 SKBR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던 당시의 모임과는 성격이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야구기록이 공통의 관심사가 되어 뜻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인다는 점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바람이 있다면 이왕 시작된 모임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야구기록은 물론, 사람과 사람이 연을 맺는 인연의 장으로 쑥쑥 커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상당수 인원이 생활체육 기록분야의 일원으로 밀알이 되어 활동하고 있는 만큼, 텃밭을 제공한 주관기관으로서 기록 업무적으로 동호회 회원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크던 작던 그 역할을 찾아볼 생각도 갖고 있다. 지극히 사적인 개인사지만 옛날 동호회 활동을 통해 당시 야구관계자 분들에게서 받았던 수혜를 이제는 기록을 사랑하는 또 다른 분들에게 되돌려 주어야 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기록에 대해 관심을 가져준 분들에 대한 고마움 하나로 그저 아는 것을 잘 전하기 위해 두서없이 동분서주했을 뿐인데, 전혀 뜻밖에도 수료식이 열린 마지막 날 제2기 참석자 분들 모두의 이름과 마음을 담아 기록위원회에 고마움을 표해온 일은 온기를 잃지 않는 따스한 기억으로 오래도록 살아있을 것 같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제2기 전문기록원 과정을 마친 수강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