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끈기, 투혼 같은 걸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LG 같다는 소리를 안 들을 것이다. 욕심 없고 나태한, 자신이 이미 1군 인줄 아는 선수들은 팀에서 나가야한다”.
LG 주장 이병규(9번)가 목소리를 높였다. LG는 22일 오키나와 나하에서 열린 요미우리와 연습경기에서 4-6으로 역전패 당했다. 연습경기인 만큼 승패가 중요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과정이다. LG는 선발출장한 요미우리의 좌완 에이스 우쓰미 테츠야에게 3이닝 동안 3점을 뽑아냈다. 5회말 동점을 내줬지만 6회초 이병규가 솔로포를 날려 다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LG는 6회부터 불펜진이 난조를 보이며 요미우리에 흐름을 빼앗겼고 교체된 야수들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이병규의 솔로포 이후 LG 타자들은 윤진호가 볼넷을 얻는 것 외에는 전부 삼진 혹은 범타로 물러났다. 7회 마운드에 오른 요미우리 육성군의 등번호 016번 오타치 쿄헤이는 2이닝 동안 탈삼진 4개를 잡아냈다.

이병규는 “경기 후반 역전 당하고 나서 아무것도 못하고 패했다. 안타를 치지 못한다면 커트라도 하거나 몸에 볼을 맞는 한이 있어도 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면서 “요미우리는 등번호 세 자릿수 선수들도 기를 쓰고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마치 이미 자신이 주전이 된 것처럼 경기했다. 주장으로서 이런 플레이는 즉시 바로 잡아야한다고 생각한다”고 후배들의 자세를 꼬집었다.
현재 LG는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인성·이택근·송신영이 FA로 이적하면서 포수를 비롯한 내야진과 불펜 필승조 자리는 공석이나 마찬가지다. 전지훈련과 연습경기, 그리고 3월부터 열리는 시범경기 결과에 따라 개막전 명단이 정해진다.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선수들에게 똑같은 기회가 열려있다.
LG는 8개 구단 중 야수 쪽 신예 선수들의 성장이 가장 더딘 팀이다. 최근 올림픽, 아시안게임, WBC에 출장한 LG 선수는 모두 베테랑급 스타 선수였다. 올 시즌부터 LG를 지도한 김무관 타격코치는 “LG에 와서 보니 좋은 선수들은 베테랑에 편중되어 있었다”며 신예 선수들의 기량향상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LG에 재능이 뒤처지는 선수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드래프트에서 상위지명을 받은 선수부터 2군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친 선수들까지 언제든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김 코치는 “LG 선수들은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자꾸 지니까 그게 몸에 배었다”라며 정신적인 무장을 강조하는 한 편 “LG에 직접 와보니 생각보다 재능을 지닌 선수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LG가 올해 선전하기 위해선 더 이상 기존 스타선수들에게 의존해선 안 된다. 스타 선수들과 함께 균형을 맞출 신예 선수들의 발전이 동반되어야 올 시즌은 물론, 미래에도 꾸준한 팀으로 자리할 수 있다. 아직도 개막전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 절실한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들어서는 자가 기회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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