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만나면 ‘초구부터 맞출 거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형-동생이 아닌 투수와 타자로서 정정당당하게 대결하고 싶습니다”.
아버지도 형도 모두 야구인이다. 든든한 지원군을 가족으로 두고 있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커다란 책임감과도 같다. 두산 베어스 신인 유민상(23)은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며 2세 야구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프로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고-연세대를 거쳐 지난해 8월 신인 드래프트서 7라운드로 두산에 지명된 유민상은 2세 야구인이자 형제 프로 선수다. 유민상의 아버지는 유승안 경찰청 감독이고 그의 형은 LG 투수 유원상이다. 유민상은 아버지와 형의 이름값에 비교하면 아직은 덜 알려진 감이 있다.

그러나 186cm 91kg의 당당한 체구에서 나오는 일발장타력을 눈여겨 볼 만 하다. 우투좌타인 유민상은 엘리트 체육 체계의 국내 야구계에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한 선수 중 한 명. 형 유원상은 동생에 대해 “공부와 운동을 병행했다. 또한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선수다”라고 소개했다.
김진욱 감독도 유민상에 대해 “비록 전지훈련에는 데려가지 못했으나 훗날 대단한 잠재력을 현실화할 수 있는 선수”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두산 잔류군의 부산 전지훈련에 참가 중인 유민상은 22일 동의대와의 연습경기서 1회 선제 결승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팀의 13-3 승리에 기여했다.
경기 후 추가 훈련까지 소화한 유민상은 입단 소감을 요청하자 활짝 웃으며 답했다. 지난해 초 손바닥 부상으로 인해 수술을 받느라 4학년 시절 실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대학 1학년 시절부터 팀의 주축 선수로 뛰었던 경력을 인정받아 프로 지명을 받은 유민상이다.
“사실 4학년 때 성적이 안 좋아서 크게 기대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명문구단에 입단하게 되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특별한 이야기보다 ‘축하한다’라고 하셨고 형은 ‘잠실에서 붙어보자’라고 격려했어요. 야구인 집안이지만 오히려 아버지나 형이나 야구 이야기는 잘 안 하세요. 제게 부담을 주시지 않으려는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고교 졸업 당시 유민상은 원래 LG 지명을 받았었다. 그러나 3학년 초부터 일찌감치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정했던 유민상은 4년 후 도전을 노렸고 대학 졸업과 함께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대학 생활도 인생에서 한 번 뿐인 기회잖아요. 제 스스로도 야구를 좀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대학 진학을 결정했어요”라며 웃은 유민상. 공교롭게도 함께 입단한 데다 우투좌타-‘2세 야구인’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입단 동기 박세혁(신일고-고려대 졸, 박철우 KIA 코치의 아들)은 미-일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된 반면 유민상은 국내에 잔류해 훈련 중이다. 그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렇지만 이 곳에서도 제 기량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주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국내에 잔류한 만큼 더욱 야구에 열심히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주포지션을 1루로 훈련 중인 유민상은 컨택과 장타력을 겸비한 공격형 타자가 되기 위해 기량을 절차탁마 중. “정말 열심히 해서 올 시즌 1군에서 15홈런을 때려내고 싶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힌 유민상에게 프로 선수로서 목표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유민상은 자신이 생각한 롤모델을 언급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600홈런에 빛나는 거포 짐 토미(필라델피아)가 유민상이 바라는 롤모델 타자다.
“예전에는 켄 그리피 주니어를 좋아했어요. 그러다가 커 가면서 ‘짐 토미처럼 꾸준히 장타를 때려낼 수 있는 타자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짐 토미처럼 오랜 시간 동안 장타력으로 어필하는 타자로 활약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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