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체스' 김성호, "별명은 맘에 안들지만 실력으로 보여주겠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2.23 06: 33

"별명이 마음에 안 드는데 어떡하죠?"
올해 새로 들어온 투수 김성호(24)의 별명은 '산체스'다. 유난히 팔과 다리가 길고 얼굴에서 라틴 아메리카 느낌이 물씬 풍긴다는 이유로 팀 선배인 손용석(25)이 지어줬다고 한다.
 여기에 김성호의 특이한 투구폼은 '산체스'라는 별명을 굳히는 데 더욱 일조했다. 마치 멕시칸리그의 처음 보는 투수가 특이한 투구폼으로 던지는 것 같다는 이유와 함께 김성호의 별명 '산체스'는 각종 언론에 소개되며 생명력을 얻는 데 성공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야 캐릭터를 잡고 시청자들에 각인되기 위해 이미지에 딱 맞는 별명이 필요하지만, 아무래도 야구선수는 야구와 관련된 별명을 얻길 원하기 마련. 일단 외모로 얻은 별명인 '산체스'가 김성호는 완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는 눈치였다. 22일 야간훈련 도중 만난 김성호는 "빨리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건 좋다"면서도 별명이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만 설레설레 내 저을 뿐 이었다.
김성호의 팔과 다리는 확실히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한 뼘은 더 길었다. 사실 투수로서 팔이 길다는 건 축복과도 같다. 같은 투구 궤적이라 하더라도 팔이 긴 사람은 좀 더 공을 오래 가져올 수 있고, 이는 곧 공에 더 많은 회전이나 움직임을 더할 수 있게 된다. 덕분에 김성호는 동아대 시절 최고 구속 144km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앞세워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후배가 별명을 마음에 썩 들어하지 않는다는 말을 전해 들은 손용석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손용석은 "성호를 보니까 개그 프로에 나와서 멕시코인 흉내를 내던 개그맨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별명을 붙여 줬고 정말 잘 지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고 답했다. '산체스'를 입으로 되뇌는 손용석의 표정은 갓 구운 도자기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는 도공의 눈빛과 같았다.
김성호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훈련이 끝나자 다들 '산체스'라 부르며 그에게 다가왔다. 외모 때문에 붙은 달갑잖은 별명이지만 신체적 특징을 야구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그의 상징처럼 되진 않을까. 만약 그때가 온다면 손용석의 선견지명을 높이 사야 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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