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대표선수들 춤추게 하는 이유
OSEN 이두원 기자
발행 2012.02.23 09: 18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지난 19일부터 전라남도 영암에서 손발을 맞추고 있는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현재 하늘을 찌를 만큼 강한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세계 최강 브라질이 와도 깨부술 기세고, 누가 선발로 나서든 가진 것의 120%를 쏟아 부을 마음가짐들이다.
다가오는 쿠웨이트전(29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행여 패한다면 아시아 최종예선도 밟아보지 못한 채 2014브라질월드컵 진출이 무산된다는 ‘절박함’도 대표 선수들을 자극하지만, 여기에는 최강희 감독만의 보이지 않는 믿음과 신뢰의 리더십이 크게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 열 손가락 중 안 아픈 손가락 없다

최강희호 1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25명 대표 선수들 모두가 최 감독에게 엄청난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뽑아준 감독에 대한 충성도야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실제 현장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그 보다 더 진하다.
왜 그럴까. 사실 벼랑 끝 승부를 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단기간 내 최대한의 호흡을 이끌어 내는 것일 수 있다. 즉 조금 욕을 먹더라도 베스트11을 일찌감치 정한 뒤 맞춤 훈련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의 선택은 그게 아니었다. 쿠웨이트전까지 시간이 촉박했지만 최 감독은 정도를 택했다. 실제로 22일 처음으로 실시된 세트피스 훈련에서 최 감독은 그라운드를 돌며 세심하게 선수들을 지도했다. 잘 하면 ‘굿~ 오케이~’를 나직이 말해주며 칭찬했고 만약 실수가 나오면 특유의 무심한 말투로 ‘크로스의 속도나 높이가 맞지 않으면 역습을 허용할 수도 있다’며 그 이유를 설명해 주는 등 세심한 과외를 진행했다. 
▲ 가장 중요한 ‘자부심’ 심어주다
두 번째는 선수들 각자의 마음에 강하게 새겨진 ‘자부심’과 ‘믿음’이다. 영암에서 훈련하고 있는 선수들은 인터뷰마다 하나 같이 “최강희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으레 하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누구나 느낄 수 있을 만큼 진심이 들어가 있었다. ‘사람은 믿어주는 것만큼 큰다’는 말처럼 선수 하나 하나에 ‘너는 꼭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라 내가 뽑았다’라는 생각을 심어준 최 감독이다. 그렇다 보니 선수들은 힘들더라도 한 발 더 뛸 수밖에 없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두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마음이 절로 갖춰졌다.
물론 특별한 비법은 사실 알 수 없다. 그것은 매일 같이 불러서 1대1 면담을 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최 감독은 단 4일 만에 선수들을 자신이 믿고 쓸 수 있는 전사로 만들어냈다. 이는 분명 지도자 최강희만이 가진 능력이었다.
▲ 보이지 않는 배려...‘해외파’, ‘노장’ 단어 사용 금지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 관계자에게 두 단어에 대한 함구령을 내렸다. ‘해외파’라는 말과 ‘노장’이라는 말이다. 더 이상 이런 말, 쓰지 말자는 뜻이다. 해외파라는 말 자체가 선수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배려다.
최 감독은 이에 대해 “그러면 이동국이나 김두현은 전 해외파로 불러야 되냐”며 제 식구를 감쌌다. ‘노장’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30세만 넘겨도 으레 따라붙는 말이지만 선수 수명이 늘어난 현대 축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역시 자기 손으로 뽑은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발상들이다.
사실 최강희 감독의 경우 워낙 외모에서 풍겨지는 느낌이 강해서인지 국가대표팀 감독이라기보다는 편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 내 대표팀 감독으로서 보여준 철학과 선수를 다루는 능력 등은 세계적 명장 못지않을 만큼 깊고 넓은 모습이다.
사실 밖에서 보기엔 쉬워도 쉽사리 행할 수 없는 능력들이다. 비록 단 한 게임을 위해 모였지만 국가대표 25인방이 추운 날씨 속에서도 웃음꽃이 피고 춤을 추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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