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슨의 엔터~뷰 (Enter-View)] 한국시간으로 2월 27일 오전 10시에 거행될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전 세계 영화인과 팬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과연 누가 영예의 오스카(Oscar) 트로피의 주인공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다수의 후보작품이 개봉되어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고 있다. 워낙 우리 영화가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뚜렷한 흥행 성적을 올리고 있는 작품은 엿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 발표 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국내 상영중인 후보작 중 뛰어난 음악으로 영화의 감동과 재미를 더해주는 작품들이 있다.
- 최고 라이벌 “아티스트”와 “디센던트”의 ‘웰-메이드 OST’ 경쟁 -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고 관전 포인트’는 아마도 “아티스트(The Artist)”와 “디센던트(The Descendants)”중 어떤 작품에서 주요 부문의 수상자가 나오느냐 일 것이다. 이미 1월 16일 열렸던 “제6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아티스트”는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남우 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디센던트”는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남우 주연상을 획득한 바 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남우주연상•감독상등에서 마침내 진검 승부를 벌이며 진정한 승자를 가리게 되는데, 두 작품 속에 흘러 나오는 영화음악 역시 작품 못지 않은 수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무성영화의 특성상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유성영화에 비해 절대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21세기에 만들어진 무성영화 “아티스트”의 배경음악은 너무나도 극적이고 출연배우들의 심리묘사와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핵심장치로써 완벽에 가까운 역할을 보여 주었다. 영화음악을 담당한 작곡가 루도빅 바우스(Ludovic Bource)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 음악상을 이미 수상하였고, “아카데미시상식”에서도 음악상 후보에 올라있다.
반면 “디센던트”는 2개 시상식 음악 부문에 노미네이트 조차 되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를 관람한 필자의 의견으로는 “아티스트”에 필적할 만한 영화음악 OST가 “디센던트”가 아닌가 생각된다. 다양한 하와이 민속 음악이 작품 곳곳에서 빛을 발하며 영화 속 ‘희로애락’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주 월요일 “디센던트”에게 많은 오스카 트로피가 주어진다면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 역시 장기간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센던트”와 “아티스트”의 아름다운 경쟁이 영화는 물론 OST로 이어지고 있다.
- 거장의 선율이 살아 숨쉬는 영화 “치코와 리타” •”워 호스”의 음악 -
1월 5일 개봉한 이후 입 소문에 의해 꾸준히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스페인 애니메이션 “치코와 리타(Chico & Rita)는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작품상 후보에 올랐는데, 40년대 후반에서 50년대 초반의 주옥 같은 재즈 및 라틴 명곡을 감상할 수 있는 근래 공개된 대표적인 음악 영화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가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아 화제가 된 전쟁영화 “워 호스(War Horse)”는 작품상은 물론이고 골든 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작으로 “아티스트”와 유력한 수상 후보로 올라있다. “치코와 리타”와 “워 호스”의 공통점으로는 거장 음악인들이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작업을 진두지휘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치코와 리타”의 음악은 쿠바 태생의 세계적인 라틴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Bebo Valdes)가 담당했는데 ‘Besame Mucho’•’Lily’와 같은 명곡에서부터 조지 거신(George Gershwin)•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등 미국 작곡가, 재즈 및 라틴 음악 대가들의 작품들로 1시간 30분의 영화 상영시간 동안 눈과 귀를 뗄 수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영화음악을 탄생시켰다. “워 호스”OST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평생 파트너로서 작업을 해온 ‘영화음악의 거장’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가 맡아 대작영화에 어울리는 장엄하면서도 섬세한 ‘장인의 선율’이 가득 채워진 작품이다. 존 윌리엄스는 스필버그가 제작한 영화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Tin Tin: The Secret of the Unicorn)”으로도 “아카데미상” 음악상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려 놓아 팔순이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오늘 소개한 아카데미상 후보작품의 OST는 영화의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키는 토대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어느 누구에게 최고의 명예와 스포트라이트가 주어질 지 모르지만, 네 작품의 영화 속 장면에 흐르던 잊지 못할 선율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