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은 엉성하고 조금은 어색하지만 보는 이들을 유쾌하게 만들어 주는 배우가 있다. 바로 올해 연기 9년차에 접어든 이천희 얘기다.
이천희는 현재 방영 중인 SBS 수목극 '부탁해요 캡틴'에서는 7년차 인천 공항 관제사 강동수다. 초반 티격태격하던 한다진(구혜선 분)에게 사랑을 감정을 느끼게 돼 가슴앓이 중이다. 동수에게는 엉성하거나 어색한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최근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천희는 우려와는 다르게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함박웃음을 지으며 근황을 전했다.

"처음 '부탁해요 캡틴'은 거의 생방송 수준으로 돌아갈 정도로 바빴다. 그래서 사실 많이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주인공들의 멜로라인으로 전개가 이뤄지고 있어 촬영이 덜 힘들다. 오늘도 쉬는 날이다."(웃음)
'부탁해요 캡틴'은 항공드라마다. 전문성을 띄는 작품이다 보니 전문용어를 숙지해야 되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움도 따른다. 초반에는 고생했지만, 이천희에게 전문용어는 더 이상 어렵지 않다.
"극 초반에 아예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용어를 숙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들었다. 관제용어를 사용할 때 누구는 유창하고 누구는 콩글리쉬를 사용한다. 나도 콩글리쉬로 하고 있다.(웃음) 이제 익숙해지니깐 전문용어가 상황에 맞게 쭉쭉 나오더라. 그런데 가끔은 나나 감독이나 '이 용어가 맞나?'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웃음)
이천희는 그동안 작품 속에서 가난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번 '부탁해요 캡틴'에서는 급상승한 신분 덕분에 만족하며 촬영에 임하고 있다.
"'부탁해요 캡틴'은 결혼하고 첫 작품이다. 여태껏 한 번도 부잣집 남자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맡았던 캐릭터는 인간적이고 가난했지만, 신분 상승을 위해 노력했었다. 지금은 있는 집 자식이라 행복하다.(웃음) 극 중 가진 것이 많으니깐 여유가 생기더라. 그전에는 이런 여유가 없었다."(웃음)

'부탁해요 캡틴'은 이천희를 비롯해 지진희, 구혜선, 유선을 위주로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다. 이천희의 외사랑 상대 구혜선과는 호흡이 잘 맞는다고 한다.
"나도 그렇지만 구혜선도 연기할 때 계산하고 하지 않고 편하게 한다. 그래서 초반에는 함께 재밌게 티격태격하면서 연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둘 사이의 관계가 멜로로 이어지다보니 어려울 때가 많다."
극 중 강동수는 한다진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마음고생이 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보다는 다진을 더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천희는 이런 사랑은 사절이다.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동수처럼 행동하게 될 것이다. 나도 짝사랑을 해봤기 때문에 동수의 연기를 하면 그때의 기억이 나곤 한다. 그래도 동수처럼 행동할지는 잘 모르겠다. 왠지 나는 어떻게든 상대방을 차지하려고 노력했을 것 같다."(웃음)
극 중 강동수는 한다진을 사이에 두고 급기야 김윤성(지진희 분)과 멱살잡이를 하기도 했다. 그 장면이 이천희에게는 명장면이다.
"진희형과 멱살잡이와 주먹다툼을 하면서 사나이 대 사나이로 붙으니깐 내가 찍고도 뿌듯하고 기분 좋았다.(웃음) 남자다운 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진희형과는 같은 소속사다. 그 당시엔 생각을 잘 못했는데 막상 촬영을 마치고 생각해 보니깐 너무 격하게 멱살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진희형에게 사과했다."(웃음)

'부탁해요 캡틴'의 상대작은 시청률 40%에 근접한 MBC '해를 품은 달'이다. 의외로 이천희 또한 '해를 품은 달'을 재밌게 시청하고 있다.
"'부탁해요 캡틴'은 당연히 본방으로 보지만, '해를 품은 달'도 다시보기로 본적이 있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재밌더라."(웃음)
알고 보면 '엉성천희', '천데렐라' 같은 별명은 이천희가 예능을 주름잡던(?) 시절에 생겨난 별명들이다. 그는 얼마 전 '런닝맨'에 출연해 활약했다.
"방송을 보니 이광수와 투샷을 많이 잡더라.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늘 내 옆에 광수가 있더라. 그런 모습이 재밌다고들 하시더라. 다른 '런닝맨' 멤버들도 초반에 출연했을 때 보고 오랜만에 보니깐 정말 반가웠다."
이천희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별명과 인지도를 동시에 얻게 됐다. 이천희는 이 별명이 싫지는 않지만, 아쉬운 면도 없지 않아 있다.
"(별명들이) 듣기 싫지는 않다. 그런 별명들은 나에게 어마어마한 이미지라고 또 한 번 느꼈다. 사실 대학시절부터 엉성하다는 말을 들어왔기 때문에 이해는 한다.(웃음) 그러나 드라마에서 연기를 보여줬을 때 예능의 이미지가 오버랩 되는 것은 약간 아쉽다. 그래도 '패밀리가 떴다' 출연하기 전에는 악역이나 무사 역할 같이 강한 캐릭터를 주로 했었다. '패밀리가 떴다' 이후로 재밌고 웃긴 역할이 들어오더라."(웃음)
'패밀리가 떴다'에서 활약한 그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인지도를 높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천희는 예능과 드라마의 구분을 확실히 지었다.
"연기하다 보면 웃거나 즐거워서 할 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런닝맨'이든 '패밀리가 떴다'든 예능은 한 번 출연하면 많이 웃고 온다. 사실 사람을 웃기는 것은 정말 힘들다. 대사 주고 대사 외우는 게 좋은데 그게 아닌 순간 순발력을 이용해 사람을 웃겨야 하는거니깐 많이 어렵다. 예능과 드라마의 느낌을 비교하자면 예능은 '놀러가는 느낌'이고 드라마는 '좋아하는 작업을 하는 느낌'이다."
이천희는 부인 전혜진 사이에 7개월 된 딸이 있다. 촬영을 하다 보면 많이 아기 생각도 많이 날 법 하다. 그 또한 여느 '딸바보' 아빠와 마찬가지였다.
"촬영 끝나고 아기가 자고 있을 때나 아기가 저를 몰라보거나 하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그래서 쉬는 날이 있으면 아기와 계속 놀아준다. 예전부터 아이들을 좋아하긴 했는데 요즘에는 다른 아이를 보면 '저 아이는 무슨 옷을 입었지?'라고 생각하면서 부모의 마음으로 보게 된다."(웃음)
'부탁해요 캡틴'은 오는 3월 초에 촬영이 끝난다. 마지막 촬영 이후 이천희는 얼마동안은 자신의 취미생활인 '캠핑'을 마음껏 즐긴다는 계획이다.
"예전에는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미친 듯이 놀러 다니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렇게는 못 할 것 같다. 한 달 정도 분산해서 캠핑을 다닐 것 같다. 4년 전부터 캠핑이 취미가 됐다. 캠핑을 갔다 오면 도시생활 속에서 나오는 압박이 없어지더라. 또 대본도 잘 외워진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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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