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실점 -30. 냉정한 전력이 드러났다.
한화가 연습경기에서 악몽 같은 3연패를 당했다. 21일 요코하마 DeNA에 1-6 완패, 22일 야쿠르트 스왈로스에 1-12 대패 그리고 23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0-14 참패를 당하며 3전 전패로 무너졌다. 3경기 도합 2득점 32실점. 결과를 떠나 과정이 너무 좋지 않았다.
먼저 마운드가 무너졌다. 3경기에서 32실점. 경기당 평균 10점 넘게 내줬다. 선발 뿐만 아니라 중간까지 모조리 무너졌다. 한 번 흔들리자 걷잡을수 없이 무너지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연습경기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3경기에서 실책을 8개나 남발하고, 도루 허용도 8개나 할 정도로 수비도 혼들렸다. 실책 후 실점은 공식과도 같았다.

타선의 침묵도 빼놓을 수 없다. 김태균을 제외하면 3경기 모두 주력 타자들이 선발로 나왔지만 단 2득점밖에 뽑지 못했다. 타자들의 페이스가 아직 오르지 않은 시기라는것을 감안해도 너무 무기력했다. 찬스가 생겨도 살리지 못했다. 집중타 부재가 이어지며 답답함이 가중됐다.
어느 때보다 기대가 높아졌기에 충격과 실망이 어마어마한 3연패다. 김태균·박찬호·송신영을 영입하며 외부 전력 보강에 성공한 한화는 당장 4강 후보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한대화 감독은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말을 아꼈다. 기존 선수들의 성장없이는 전력 보강 효과도 없다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한화 전력 보강 중에서 확실한 계산이 서는 건 김태균과 송신영 뿐이다. 박찬호는 우리나이 불혹의 투수이고, 하주석 등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인이다. 새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배스도 한국야구에 적응해야 한다. 결국 기존 선수들이 향상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김태균과 박찬호가 왔다고 4강 가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실전 감각 키우는 차원의 연습경기이고, 김태균·류현진·박찬호가 출격하지 않았지만, 3차례 경기를 통해 한화의 팀 전력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수비 강화와 도루 저지의 필요성을 새삼 느꼈고, 타선은 여전히 상대를 위협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다. 투수-야수 가릴 것 없이 견제세력의 힘도 부족했다.
충격적인 3연패를 당했지만 오히려 좋은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선수들의 정신무장을 새롭게 할 수 있고, 보완해야 할 점도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대부진이 결과적으로는 아쉬웠지만 하나의 과정으로 보면 재도약의 계기가 됐다. 아직은 연습경기이고, 시즌 개막까지 한 달 넘게 보완할 시간이 남았다.
한화를 바라보는 눈높이와 기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3차례 연습경기를 통해 냉정한 전력이 드러났다. 오히려 4강이라는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보완점을 찾고, 기본을 다지는 것이 한화의 길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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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오키나와)=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