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준아, 너 올해 20승 하면 내가 서울에 아파트 사 준다".
롯데 자이언츠가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일본 가고시마 가모이케 구장. 한참 점심식사를 하던 양승호(52) 감독은 투수 송승준이 지나가자 등 뒤에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송승준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안 간다는 듯 웃기만 했다.
송승준에 대한 양 감독의 기대는 당연하다. 선발진에서 장원준이 빠졌기에 송승준과 라이언 사도스키가 최소한 지난해 활약만큼은 해 줘야한다. 송승준은 지난해 13승을 거뒀지만 동시에 10패를 기록하며 4점대 평균자책점에 그쳐 조금은 아쉬움을 남겼다. 양 감독은 올 시즌 송승준이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나 팀 마운드를 받들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통 큰 제안을 한 것이다.

이처럼 양 감독은 선수들에게 아낌없이 베풀기로 유명하다. 단, 공짜는 없다. 선수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해야 약속했던 선물을 준다. 만약 지키지 못한다면 말 그대로 '국물도 없다'. 지난해에는 고원준과 손아섭에 각각 명품 구두와 고급 손목시계 내기를 걸었고, 두 선수가 목표를 달성하자 흔쾌히 약속했던 선물을 했다. 선수단은 사이판 캠프에서 생일을 맞은 양 감독에 고급 구두를 선물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번 시즌 역시 양 감독의 당근작전은 계속된다. 좌완 불펜요원 이명우의 배에 '왕(王)자'가 그려지면 F사의 고급 양복을 선물하기로 약속했다. 캠프 출발 전 100kg이었던 이명우는 혼신의 힘을 다 해 체중 감량작전에 돌입, 벌써 8kg이나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투구 한 뒤 상체를 숙일 때 뱃살이 안 접히는 게 신기하다"며 이명우는 달라진 본인의 몸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다만 아직 왕자가 드러나지는 않아 쉬는 시간마다 복근 운동을 쉴 새 없이 한다고 한다.
신인 사이드암 투수 김성호 역시 양 감독의 '당근'을 받았다. 양 감독은 김성호에게 10홀드를 채우면 사 달라는거 무엇이든 사 준다는 약속을 했다. 정대현의 시즌 초반 공백에 대한 해답을 김성호로부터 찾으려 시도하고 있는 양 감독은 김성호가 10홀드만 올려 준다면 불펜에 대한 걱정을 크게 덜 수 있다. 김성호는 한 술 더 떠 "15홀드를 채우고 신인왕을 노리고 싶다"며 양 감독의 약속에 자극받은 모습이었다.
갑자기 양 감독의 이러한 선물공세를 부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양 감독에 '혹시 집에서는 뭐라고 안 하세요'라고 물으니 그는 머쓱한 듯 웃으며 손만 내 저을 뿐이었다. 프로야구 감독도 아내는 무서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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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