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 전지훈련은 실전 위주로 진행되니까요. 그래도 여기에서 시범경기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출국을 불과 이틀 앞두고 부상으로 인해 명단에서 제외된 유망주. 그러나 밝은 모습은 잃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 2년차 우완 안규영(24)이 잔류군 부산 전지훈련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10년 경희대 시절 대학 하계리그 MVP로 활약하며 4순위로 두산 지명을 받은 안규영은 지난 시즌 1군서 6경기 2패 평균자책점 8.87에 그쳤다. 그러나 시즌 막판에는 KIA의 투수 4관왕 에이스 윤석민과 경기 내용 면으로 뒤지지 않는 선발 호투를 펼치는 등 과감하고 씩씩한 투구로 높은 점수를 얻은 바 있다.

마무리훈련 시기 동안 재활조에 편성되기는 했으나 5선발 후보군에 편성되어있던 안규영. 그러나 안규영은 전지훈련 출국을 앞두고 2주 가량의 치료가 필요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출국 명단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긍정적인 태도로 훈련에 임하던 안규영은 당시를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출국 이틀 전 (조)승수랑 발목 부위 때문에 병원을 갔는데 2주 정도의 치료기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2주 부상이라고 해도 다시 몸을 만들고 실전 피칭에 나서려면 2월이 금방 지나가니까요.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은 아무래도 경기조 투수들이 나서고. 그래서 지금은 시범경기에 시선을 맞추고 있습니다”. 당초 안규영은 이혜천과 함께 가고시마 추가 합류가 유력했으나 1차 전지훈련서 투수조의 조기귀국자가 없어 그대로 부산 전지훈련조에 남았다.
15번에서 66번으로 등번호를 바꾼 데 대해 “종교가 불교인데 스님께서 66번이 좋을 것이라고 추천하셨다”라고 웃은 안규영. 현재 코칭스태프 또한 안규영에 대해 시범경기 투입을 준비하라는 언질을 보냈고 그에 따라 안규영은 불펜피칭에 참여하며 제구 보완과 포크볼 연마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후반기 당시 불펜코치였던 김진욱 신임 감독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9월서부터 1군 선발 등판 기회도 잡기 시작한 안규영에 대해 김 감독은 “좋은 잠재력을 갖췄으나 아직 더 배워야 하는 투수다. 페이스가 좋아 선발로 기회는 주지만 잘할 수 있을지. 그 기회를 통해서 규영이가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한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러나 안규영은 안타나 홈런을 맞더라도 씩씩하게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오히려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
“감독님께서 ‘씩씩하게 던지는 스타일은 잃지 말아라’라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지난해 2군에 있을 때는 생각이 많았거든요. 구질도 다양하지 않아서 선발로 뛰는 것이 맞는가하는 이야기도 있었고. 그런데 선발을 던지고 나서는 ‘오히려 선발로 나서는 것이 나은 것 같다’라는 팀 내 평가가 많아지더라고요”.
해외 전지훈련 참가는 1군 출장 기회로 가는 길에 가까워지는 커다란 수단 중 하나다. 그러나 그것이 1군 풀타임 출장을 100% 보장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국내 잔류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도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프로 데뷔와 함께 2년 연속 국내 잔류군으로 비시즌을 보내게 된 안규영이지만 그는 더욱 긍정적인 자세로 몸을 덥혔다.
“선발 투수는 많은 것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물론 상대적인 악조건에 놓여있지만 반드시 기회를 잡아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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