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둥지’ 튼 김이슬, “주위 배려에 감사한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2.24 10: 32

“(이)성열이도 많이 챙겨줘서 고마웠고요. 군 복무 시절에도 간부님들과 선임들이 배려해주셔서 다시 야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빠른 공을 갖춘 투수는 아니다. 그러나 느린 직구라도 싱커성으로 꺾여 들어가는 각이 좋고 다양한 변화구와 안정된 제구력을 갖춘 기교파 좌완이다. 2009년 롯데 방출 후 현역 군 복무한 뒤 두산 베어스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김이슬(28)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기량 연마에 힘쓰고 있다.
순천 효천고-경희대를 거쳐 지난 2007년 롯데에 입단(계약금 1억1000만원, 2003년 2차 7순위)한 김이슬은 3년 간 34경기 4홀드 평균자책점 6.33의 기록을 남긴 채 방출되고 말았다. 안정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를 갖췄고 야구도 성실하게 임했으나 직구 구속이 빠르지 않은 스타일의 투수라 롯데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방출 후 부산 53사단에서 현역으로 복무한 김이슬은 제대 후 두산 입단 테스트를 거쳐 신고 선수로 계약했다. 현재 김이슬은 두산 잔류군의 부산 전지훈련에 참가했고 지난 22일 동의대와의 연습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4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다.
“2년 7개월 만의 실전 등판이었어요. 오랜만의 경기라 예전과는 다른 생각으로 던졌습니다. 아무래도 공 하나하나 신중하게 던지게 되더군요. 그래도 생각보다는 잘 던진 것 같아 기분은 좋았습니다”. 송재박 2군 감독은 경기 후 김이슬에 대해 “1군에서 원포인트 릴리프로 뛸 수 있는 선수다. 다만 제구감이 약간 떨어져 첫 이닝 투구수가 많은 편이었다”라며 아직 더 실전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직 롯데 시절의 몸 상태 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히 훈련하다보니 올라오는 페이스가 괜찮다”라고 밝힌 김이슬. 김이슬은 지난 2010년 두산에서 2할6푼3리 24홈런 86타점을 때려냈던 이성열과 순천북초-이수중-효천고 동기생이다. 초중고 동기생 이성열은 김이슬이 입단 테스트를 받는 순간부터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줬고 다른 잔류군 동료들도 김이슬이 팀에 적응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처음 입단 테스트를 받을 때도 성열이 유니폼을 빌려서 던졌고 언더셔츠 같은 것도 주더라고요. 제가 먼저 이야기하지 않아도 미리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는 성열이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다른 선후배들도 많이 배려해주셔서 잘 적응해나가고 있습니다”.
배려에 대한 김이슬의 감사 릴레이는 끝나지 않았다. 현역 군복무 시절을 떠올린 김이슬은 개인 시간이 생겼을 때 자신이 야구 인생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군 간부 및 선후임 병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53사단 125연대 2대대에서 복무를 했습니다. 군 간부들께서 야구를 좋아하셔서 일과가 끝나고나면 간부님들이나 병사들의 배려 속에 개인 훈련을 할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롯데 시절에 비하면 시설은 열악한 편이었지요. 그래도 배려해주신 덕택에 개인 운동을 충실히 할 수 있었어요. 사실 제대 후 1년 간은 준비했다가 입단 테스트를 받으려고 했었는데.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 나이 스물 아홉의 좌완. 유망주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 만큼 정말 잘하지 않으면 신고선수 김이슬의 시즌 후 기회는 사라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이슬은 오히려 다급하게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특화 전략을 선택했다. 안정된 제구력을 갖춘 만큼 몸 상태가 순조롭게 올라온다면 김이슬의 1군 진입도 꿈은 아니다.
“팀 내에 좌완이 부족하다는 말도 있지만 다들 아마추어 시절이나 프로에서 실적이 있는 선수들입니다. 당장 누굴 이기겠다는 급한 생각보다는 정식 등록이 가능해지는 6월 1일까지 제 몸 상태나 기량을 잘 끌어올려 기회를 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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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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