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박정배, "감독님께 양복 얻어 입을 각오"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02.24 09: 42

"가만 생각해보니 너무 소심했어요."
더 이상 소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나 보다. 선발 투수 후보 중 한 명인 'SK 리베라' 박정배(30)가 긍정적으로 올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박정배는 23일 전화통화에서 "이만수 감독님께서 양복 내기를 제안하셨는데... 좀 아쉽다"면서 "찾아가서 해보겠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정배는 지난 6일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에 열린 1차 캠프 때 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일 오전 SK 선수단은 '캥거루 코트'를 열었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 대한 일종의 선수단 자체 상벌위원회가 캥거루 코트다. 진지한 내용보다는 웃고 넘길 수 있는 주제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일종의 '유머 재판'이다. 예를 들면 'A 선수가 밥을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배팅 훈련에서 빠졌다. 벌금 10달러.' 이런 식이다.
당시 박정배는 이만수 감독의 기대 섞인 제안서를 받았다. '박정배가 올해 리베라처럼 잘던지면 내가 맞춤 양복을 투자할 의사가 있다. 만약 못하면 10달러.'라는 내용이었다.
이 감독은 두산에서 방출, 우여곡절 끝에 SK 유니폼을 입은 박정배지만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믿었다. 실제로 이 감독은 2군 감독 시절 박정배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매일 적는 야구일지에 '다양한 구질을 가졌고 제구력, 경기 운영 능력이 좋다. 최대 강점은 퀵 모션이며 쉽게 맞지 않을 것 같다. 욕심이 나는 투수'라고 써놓았을 정도.
단지 잦은 부상으로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그런 박정배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기꺼이 양복 한 벌 정도는 쓸 생각이었다. 박정배가 선발진에 합류해 잘던진다면 팀으로서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그러나 박정배의 대답은 "자신이 없다. 그냥 10달러를 내겠다"고 말했다. 로페즈가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라고 칭찬했을 정도의 박정배였다. 당연히 "알겠다. 밑져야 본전이니 한 번 해보겠다. 양복 한 벌 얻어 입어 보겠다"는 패기 어린 대답을 기다렸던 이 감독의 표정은 순식간에 실망으로 바뀌었다.
박정배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 때는 내가 정말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니폼을 입은 것만으로도 기뻤다. 게다가 선발 후보라니 성은이 망극했다. 괜히 민폐나 끼치지 않으면 다행인데 양복까지 얻어입는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면서 "원래 내가 A형에 소심남이다. 감독님께 죄송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제 박정배는 마음을 고쳐 먹어보기로 했다. "아프지 않고 모든 것이 잘풀려가고 있어서 그런지 긍정적인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는 그는 "독기를 품어야 할 것 같다. 감독님께 맞춤 양복 제안이 유효한지 여쭤보고 싶다. 사실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지 못해도 '양복을 얻어 입을 각오로 열심히 던지겠다'는 각오다"고 웃어보였다.
"SK로 와서 아직 나쁜 것이 없다"는 박정배다. 지난 20일 인천으로 이사를 했다는 박정배는 "빨리 가족들과 새로운 집이 보고 싶다"면서 "그 집에서 오래 돈 많이 벌어서 살 수 있도록 올해 일 좀 내보겠다"고 스스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박정배는 24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에서 펼쳐지는 KIA와의 경기에 출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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