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투수들의 고과를 새롭게 조정해야 한다".
선동렬 KIA 감독이 등판이 잦은 불펜투수들에게 적합한 맞춤형 고과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미 구단에 고과기준을 새롭게 바꿔 달라는 요청을 했다. 선발과 소방수에 비해 부각받지 못하지만 결코 뒤지지 않는 노고를 연봉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 감독은 "현재 우리 구단들은 투수들의 보직에 관계없이 성적위주의 고과를 일률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불펜투수들은 경기 출전수을 근간으로 삼는 신고과를 정해야 한다. 50경기 이상을 던지면 대단한 것이다. 구단에 내 의향을 전했다"고 말했다. 현행 고과제도는 경기수 보다는 성적에 치중해 있다.

선 감독이 이같은 요청을 한 이유는 불펜투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이다. 그는 "불펜투수들을 제대로 대접해야 불펜행을 싫어하지 않는다. 특히 중간투수들은 어쩔 수 없이 지는 경기에도 나가야 하는데 그에 걸맞는 당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선 감독은 구체적 기준도 제시했다. 그는 "(성적에 따른)기존의 고과제도를 유지하고 만일 50경기를 출전하면 성적에 관계없이 연봉을 깎지 않고 추가 경기수에 따라 연봉을 올리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다. 삼성에 있을 때도 고과를 이런식으로 바꾸었고 상당히 효과를 보았다. 선수들에게는 큰 자극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선동렬 감독은 불펜야구를 근간으로 삼는다. 불펜야구를 위해서는 투수들에게 그에 걸맞는 대우와 당근이 필요하다. 만일 신고과를 적용한다면 자부심을 갖고 보직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있다. 실질적인 대우를 통해 강한 불펜을 만들려는 의지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선 감독은 "현재 홀드 타이틀이 생겨 다행이지만 향후 올스타 팬투표에서도 중간투수와 마무리 투수 부문을 따로 뽑는 등 적절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투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30~40%를 차지하고 있지만 투수 부문은 단 한 명만 팬투표로 뽑는다. 이제는 전문화가 되어 있는 만큼 걸맞는 대접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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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렬 KIA 감독이 지난 23일 요코하마 DeNA와의 연습경기에서 9-5로 승리한 이후 덕아웃에서 선수들에게 경기내용을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