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희선 인턴기자] 승부조작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그 불똥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었다. 전력분석관 없이 경기를 치르고 있는 현대캐피탈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3일 서울장충체육관서 열린 '2011-2012 NH농협 프로배구' 남자부 5라운드 마지막 경기서 현대캐피탈은 홈팀 드림식스에 내내 끌려다니는 경기를 하며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다. 2위 대한항공을 승점 5점차로 추격할 수 있는 승부처에서 당한 패배라 더욱 뼈아팠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드림식스의 김광국 세터 카드에 의표를 찔렸다. 상대 전적 3승 1패의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던 현대캐피탈이었지만 속공을 주무기로 기지 넘치는 토스를 올린 김광국의 세트에 번번이 점수를 내주고 말았다.

3세트에 강한 서브로 상대방의 리시브를 흔들며 추격에 성공하는가 싶었지만 마지막 4세트, 듀스를 거듭하던 접전 끝에 윤봉우의 속공이 아웃되며 승리를 내줬다. 김광국에 대해 제대로 분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날 드림식스는 안정적인 서브에 김광국의 재치 넘치는 세팅을 엮어 완성도 높은 경기를 펼쳤다. 경기가 끝난 후 하종화 감독도 "드림식스가 범실을 줄이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했다. 블로킹도 안 되고 상대를 많이 풀어준 것이 패인이 아닐까 싶다"고 답할 정도였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의 패인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에 앞서 16일 현대캐피탈 전력분석관으로 활동하던 전직 선수 A씨가 프로배구 승부조작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팀을 떠났다. 당장 전력분석관이 없는 상황에서 경기에 임하게 된 현대캐피탈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제공받기는 커녕 상대방의 작전에 제대로 대응할 수도 없었다.
이에 하종화 감독은 "(전력분석관의 부재가)상당히 아쉽다. 오늘(23일) 경기서 덜미를 잡힌 것도 그런 부분이 있다"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전력분석관이 있었다면 김광국의 토스 플레이에 대응책을 세우고 보다 효과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으리란 것이다.
남녀 프로배구 13개 구단을 통틀어 현재 전력분석관이 없는 구단은 현대캐피탈이 유일하다. 이날 패배로 플레이오프 직행은 어려워졌지만, 당장 포스트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팀으로서 전력분석관의 부재는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하종화 감독은 "가능하다면 (전력분석관이)있는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고 싶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면 어쩔 수 없이 이대로 안고 가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며 막막한 심정을 드러냈다. 도약의 시점에서 전력분석원이 이탈한 현대캐피탈은 포스트시즌까지 가시밭길만을 남겨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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