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열린 영화 '디스 민즈 워' 기자회견장에는 많은 한국영화 감독들의 이름이 줄줄이 회자됐다.
첫 내한한 할리우드 스타 리즈 위더스푼은 23일 오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관심이 있는 한국 배우나 감독을 묻는 질문에 "영화를 배우보다 감독 중심으로 보는 편인데, 한국의 봉준호 감독과 같이 한 번 일해보고 싶다. 박찬욱 감독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 감독들이 할리우드에서 작업할 때 좋은 결과물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런가하면 연출을 맡은 맥지 감독은 한술 더 떴다. 한국 영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훈훈한' 질의 응답 시간을 연출한 것.

맥지 감독은 좋아하는 한국 영화를 묻는 질문에 "'하녀'의 오리지널 버전과 김기영 감독을 좋아한다"라는 '엣지' 있는 대답을 들려줬다. 또한 "'장화 홍련'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올드보이', '친구', '황해'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음상의 문제로 정확한 언급이 어려워지자 직접 메모해 온 종이를 펼치며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영화와 감독들을 일일이 언급했다. 그는 "박찬욱, 봉준호, 나홍진, 김지훈, 곽재용, 곽경택 감독을 좋아한다"라며 "한국 배우들도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 영화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활발한 전 세계 배급으로 입지를 키워야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조언하기도 했다. '미녀 삼총사',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을 연출해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인 만큼 전세계 곳곳의 영화에 관심이 많은 듯한 모습이었다. 만약 리즈 위더스푼이나 맥지 감독의 멘트가 비행기에서 '급' 공부한 것일지라도 그것은 충분히 칭찬해 줄 만 하다.
한국을 찾는 수많은 별들. 한국영화가 전세계적으로 입지가 넓어짐에 따라 앞으로 한국을 찾는 내한 스타는 더욱 많아질 조짐이다.
그런 만큼, 이런 해외 스타들이 내한하는 국가를 위해 일정한 덕목을 갖추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바로 관심이 없더라고 한국영화를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오라는 것. 센스있는 내한스타라면 이제는 한국 언론들에게 좋아하는 한국영화나 감독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 대답에도 일정정도의 기대감이 담겨 있음도 눈치채야 한다.
지난 해 12월, 세계에서 국내에 가장 먼저 공개됐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4:고스트 프로토콜'의 감독 배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아름다운 여배우 폴라 패튼은 시종일간 상냥한 미소와 친절한 말투로 한국취재진과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지만, 한국 영화나 한국 배우 감독 중 알고 있는 사람의 이름을 대지 못해 일면 아쉬움도 남겼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의 질문을 받자 "외국영화를 너무 좋아하는데 이름을 알려주면 알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너무 몰라서 죄송하고, 어제밤에 DVD를 받았는데 꼭 보도록 하겠다"라고 애교스럽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어떤 내한 스타들은 "죄송하지만 이름을 모른다", "앞으로 알려주면 보겠다", "이름과 제목이 생각이 안 난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봉준호, 박찬욱이 아닌 다른 이름이 등장하면 상당히 놀라운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그 배우나 감독으로서의 유명세와 커리어에 비춰 이제는 한국영화 감독이나 배우 한 명의 이름도 제대로 대지 못한다는 것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더욱이 내한한 국가에서! 설령 오기 전 급 공부를 하고 머리 속에 억지로 쑤셔넣은 이름이라 할지언정, 그 정도의 정성은 보여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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