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택현, “최다 경기 출장 보다 나 자신과 싸움”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2.25 11: 49

“최다 경기 출장에 의미 두지 않는다. 어차피 나중에 후배들에 의해 깨질 기록이다. 기록 때문에 마운드에 서는 게 아니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다시 마운드에 오르려고 하는 것이다”.
LG 류택현(41)이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새로 쓰려고 한다. 프로 17년 동안 811경기에 나선 베테랑 좌완 류택현은 오는 시즌 3경기만 뛰면 프로야구 통산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한 투수가 된다. 그러나 류택현은 기록에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야구선수로서 황혼기인 39살에 팔꿈치 수술을 받았지만 더 던지고 싶었고 더 던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1년 반 동안 자신과의 싸움에 임했다. 그리고 지금 그 싸움은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임하고 있는 류택현의 보직은 플레잉코치다. 코치와 선수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배팅 볼을 던지며 타자들의 컨디션을 올려놓는 데 주력하다가도 불펜에선 현역 투수로서 전력을 다해 공을 던진다. 40살이 넘은 투수가 재기에만 매진하는 것도 힘든데 코치까지 하려니 쉴 틈이 없다. 그래도 류택현은 도전한다. 후회는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재기에 대한 자신도 있었다.

“오랜 시간을 뛰었지만 팔꿈치 부상은 처음이었다. 수술을 받더라도 재활을 통해 돌아올 자신이 있었다. 돌아오면 선발 투수를 맡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불펜 투수 역할이라면 충분히 몸이 따라올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이번에 코치 역할과 선수 역할을 다 하려니 힘든 건 사실이다. 그래도 야구 선수로서 마지막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1994년 프로입단 당시 류택현은 좌완유망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류택현에게 프로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연고지 우선 지명으로 OB(현 두산) 유니폼을 입은 류택현은 제구력 난조로 5시즌 동안 OB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LG로 트레이드됐다. 발전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었고 마침내 2002시즌 제구력 안정과 변화구 장착으로 원포인트 릴리프로서 입지를 굳혔다.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했고 3시즌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을 올렸다. 2007시즌에는 전해 당한 부상을 극복하고 리그 최다 23홀드에 평균자책점 2.70으로 통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나이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야구가 전보다 잘 되고 있었다. 프로 초창기에는 힘든 경험을 많이 했지만 그런 경험들이 내겐 포기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힘들게 왔는데 여기서 그만둬 버리면 후회만 남을 것 같았다.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재활 과정을 완벽히 마치고 다시 마운드를 밟는다면 충분히 이전만큼의 활약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프로에서 18년을 몸담으며 류택현은 수많은 선수들을 보고 다양한 방식의 훈련을 겪어봤다. 성공한 선수와 실패한 선수. 성공한 지도자와 실패한 지도자. 그리고 성공한 팀과 실패한 팀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다. 류택현은 2012시즌을 맞이하며 훈련 방식의 변화를 택한 LG가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1년 반 동안 재활로 2군에만 있다가 1군에 온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직접 와서 보니 변한 부분도 꽤 있었다. 일단 전지훈련 방식이 이전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정해진 훈련양은 적지만 스스로 모자란 부분을 채우는 자율훈련양은 예전보다 많다. 지금 방식이 옳다고 생각한다. 훈련양이 결과와 비례한다면 모든 팀들이 극도로 많은 훈련을 소화할 것이다. 물론 자율훈련을 시기상조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10년 전에도 자율훈련을 두고 시기상조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국·일본도 훈련양이 곧 결과를 좌우한다고 믿었던 시기가 있었다고 하더라. 그들 역시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결국엔 지금의 자율훈련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
류택현은 팀 내 어린 선수들을 향한 충고도 전했다. 특히 2년차에 접어든 신예 임찬규에겐 앞으로의 4, 5년이 프로 인생을 좌우할 거라고 강조했다. 나이와 관계없이 부상으로 은퇴한 선수들을 기억하며 프로선수에겐 몸관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재기를 노린 것 역시 그동안 철저히 몸관리에 임했고 프로 경력에 비해 부상이 적었던 게 큰 원인이 됐다고 했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상태다. 투수는 부상이 없어야 한다. (임)찬규도 마찬가지로 앞으로 4, 5년 동안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부상 없이 4, 5년을 보낸다면 굉장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부상으로 유니폼을 벗는 모습을 수도 없이 많이 봤다. 아무리 젊어도 부상으로 근력을 잃어버리면 투수 인생은 끝나게 된다. 다행히 나는 큰 부상은 없었다. 부상으로 은퇴한 선수들을 보면 나는 행운아일 수도 있다. 더 던지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못해 못 던진 후배들을 생각하며 마운드에 오르겠다”.
한편 류택현은 지난 14일 니혼햄과 연습경기 8회에 1년 4개월 만에 등판했고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복귀 후 첫 실전을 무사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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