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넘치던 감독님이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정말 해 드린게 없어서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전지훈련 캠프는 1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선수들의 열띤 경쟁으로 뜨겁다. 특히 이번에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뒤 캠프에 합류한 투수만 5명이나 돼 좁은 1군 자리를 확보하려는 투수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우완 이웅한(24)도 투수진 한 자리를 노리는 후보군 가운데 하나다. 공주고를 졸업하고 2007년 롯데 2차 1순위로 입단한 이웅한은 입단 당시 큰 기대를 받았던 기대주다. 140km대 중반의 최고구속에 수준급 커브를 갖춰 입단 당시에는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렇지만 1군의 문은 좁았다. 이웅한은 입단 후 아직 단 한 경기도 1군 성적이 없다. 좁은 1군 무대를 두드리다 기회를 받지 못했던 이웅한은 결국 2009년 경찰청 입대를 결정했다. 그리고 이웅한은 군대에서 야구선수로서 새롭게 태어났다.
▲ '호랑이' 유승안 감독이 보인 눈물
경찰청에 입단한 해인 2010년 이웅한은 오른쪽 팔꿈치 내측인대 수술을 받고 한 해를 쉬게 된다. 2011년엔 퓨처스리그서 주로 중간계투로 등판해 몸을 끌어올렸다. 경찰청에서 이웅한은 투수로서 기량도 발전했지만 정신력은 더욱 많이 자랐다.
이웅한은 "사실 경찰청에 처음 들어갔을 땐 야구를 좀 가볍게 봤던 것 같다"면서 "그렇지만 유승안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며 야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감독님은 야구 이야기 뿐만 아니라 우리가 제대를 한 뒤 일을 정말 많이 걱정 해 주셨다"고 경찰청 유승안 감독 이야기를 꺼냈다.
유 감독은 선수들을 자주 모아놓고 진심으로 함께 미래를 걱정하는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웅한이 기억하는 가장 인상깊었던 말은 "지금이야 내가 너희의 감독이니 감싸고 돌봐줄 수 있다. 그렇지만 사회에 나가면 이제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 울타리를 나간다는 게 힘든 일 인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한 마디였다.
유 감독에게 야구가 아니라 인생을 배운 이웅한은 제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2년 동안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고 결코 잊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자였다. 제자의 문자를 보고 유 감독은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이웅한은 "감독님이 그렇게 눈물 흘리시는 건 정말 처음 봤다.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는 마음 뿐 이었다. 캠프에서 돌아가면 꼭 다시 찾아 뵐 것이다"고 애틋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웅한은 경찰청에서 보낸 2년동안 참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고 말한다. "나는 경찰청을 선택한 게 야구 인생에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빨리 군대를 가서 정신을 차린 게 소득이다. 이제는 야구가 너무 소중하다. 그렇기에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 "올해 두 가지 목표, 벌써 달성"
이웅한은 올해를 시작하며 딱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바로 사이판 전지훈련 명단 포함이다. "내가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 보여준 것도 없는데 명단에 포함돼 정말 기뻤다"고 말한 이웅한은 "그리고 사이판에서 목표는 가고시마 캠프 합류로 바뀌었다. 올해 두 가지 목표는 벌써 달성한 셈"이라고 했다.
현재 이웅한은 연습경기에서 1이닝씩 던지며 본격적인 테스트를 받고 있다. 때로는 안타를 맞고 실점을 하기도 하지만 이 순간이 소중하고 또 행복하다. 이제 남은 이웅한의 목표는 개막 엔트리 1군 명단 진입이다. 이웅한은 "가고시마까지 와서 무사히 공을 던지고 있다. 이제 또 다시 목표는 시범경기 출전이다. 그리고 거기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서 개막 1군 엔트리에 진입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롯데도 이웅한이 중간 계투 자리에서 제 몫을 해 줄 것이라 기대를 걸고 있다. 주형광 투수코치는 "공을 기본적으로 던질 줄 아는 투수다. 제구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고 구속도 나쁘지 않다. 변화구는 커브와 체인지업을 던지는 데 커브가 좋다"고 평가를 내렸다. 다만 "공이 좀 가볍다는 감이 있다. 훈련을 통해 공을 채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 그걸 보완한다면 1군 마운드에서 중간계투로 충분히 제 역할이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이웅한은 아직 1군 등판 경력이 없기에 신인왕에 도전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 지금은 팀 후배인 신인 사이드암 투수 김성호와 "신인왕은 내 것"이라고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 희망의 땅 가고시마에서 이웅한이 롯데 마운드에 새로운 희망으로 각인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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