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경기 하러 일본까지 왔는데…."
일본 오키나와현에 2차 스프링캠프를 마련한 SK 와이번스가 계속된 비 예보에 울상이다.
이만수 SK 감독은 27일 오전 "아직은 괜찮다. 하지만 연습경기를 하러 왔는데 계속 비가 내리면 당연히 지장이 있다"면서 "계산이 밀려 예정이 돼있던 투수들의 등판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실전을 통한 평가로 선발 투수 5명을 가려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던 이 감독이었다.

SK는 오키나와에서 11번의 연습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22일 니혼햄전과 24일 KIA전의 연습경기는 차질 없이 치렀다. 그러나 25일 한화전은 6이닝도 채 마치지 못했다. 비 때문에 더 이상 경기를 이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26일 LG전은 아예 취소가 됐다. 다행히 이날 오후 1시 나하구장에서 열릴 요미우리전은 비 예보가 없다고 하지만 이후 다음날 또 비가 예보돼 있는 상황이다.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답답한 SK다.
SK는 스프링캠프 돌입 전부터 "선발 투수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밝혀왔다. 주축 선발 투수들의 부상으로 생긴 공백을 젊은 유망주 투수들로 채워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11명의 선발 투수 후보를 선정한 SK다. 하지만 필요한 선발 투수 5자리 중 외국인 투수 2명만 겨우 확정을 지은 상태다. 국내 투수 9명이 남은 3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실전을 통한 평가를 강조하는 SK다. 연습경기를 통한 투수들의 기량 점검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홀로 미국 플로리다에 캠프를 차려 애리조나에 캠프를 차린 다른 팀들에 비해 연습경기가 적었다. 자체 홍백전 두 번, 미국 사회인 야구팀과 연습경기 한 번이 다였다. 연습경기를 위해 귀국 전 애리조나 경유까지 검토할 정도였다.
연습경기는 경기를 못하면 연기되는 것이 아니라 취소가 된다. 이런 점에서 당일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해 온 투수들 입장에서는 맥이 빠질 수 있다. 중간 투수 후보들보다 선발 투수의 경우는 아쉬움이 클 수 있다. 캠프지인 구시카와 구장에 비에 대비한 대규모 실내 구장이 있다지만 경기를 할 정도는 아니다. 경기장도 전날 비가 많이 오면 정상적인 경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이광근 수석코치도 "아무래도 비가 와서 경기를 못하면 투수들의 등판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투수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야수들도 기량이 얼마나 늘었나 볼 수 없다. 꾸준하게 경기를 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밝혔다.
가장 직접적으로 고민을 해야 하는 사람은 성준 투수 코치다. 성 코치는 "요즘은 선수들 등판 일정을 짜는 것이 일"이라면서 "하늘에서 비가 올 때마다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게임이 취소되면 답답하다. 코치도 그렇지만 선수 본인도 답답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비가 올 때마다 선발들의 평가 시간도 줄게 된다"는 성 코치는 "한국에 들어가기 전 8명의 후보를 결정, 시범경기 때부터 페넌트레이스 일정에 맞춰 등판을 조절해야 한다. 그런 만큼 선발 투수들의 등판 회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요미우리전 선발은 마리오가 나서며 윤희상, 김태훈 등이 뒤를 이어 등판할 예정이다. 김태훈은 전날 LG전 선발이었고 김태훈에 이어 나올 예정이던 신승현은 28일 한화전으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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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