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경기 맹타' 서건창의 비결은 '절실함'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02.29 06: 30

"저는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기 때문에 항상 최선을 다 해야 합니다".
연습경기 6경기에서 17타수 8안타 3타점 4득점. 비록 정규 경기는 아니지만 연일 맹타를 휘두르면서도 한없이 자신을 낮추는 선수가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내야수 서건창(23)은 야구계에 이제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고 테스트를 받고 들어온 서건창은 마무리 훈련을 거치면서 정식으로 입단 절차를 밟았다. 김시진(54) 넥센 감독이 마무리 훈련 후 "가능성을 보인 신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한 차례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2008년 LG 트윈스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정식선수가 됐지만 1경기 1타석에만 이름을 올리고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넘치는 내야 자원 속에서 그가 차지할 자리가 없었다. 그는 스스로 병역 문제를 해결한 뒤 지난해 다시 야구의 문을 두드렸다.
넥센이 준 기회는 그래서 그에게 더 절실하고 소중하다. 전화통화 속 그의 목소리에서는 진심어린 절박함이 묻어났다. "나는 '컨디션 조절한다' 그런 이야기를 할 상황이 아니다. 지금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기 때문에 항상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연습이든 경기든 항상 집중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최근 맹타 비결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6번의 연습경기에서 기록한 8개의 안타 중 번트안타를 3번이나 만들어냈다. 한 번은 흔치않은 포수 앞 번트 안타였다. 그것 역시 절실함의 산물이다. 서건창은 "발이 느리지는 않지만 번트를 많이 대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마무리 훈련 때부터 번트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를 보는 김 감독은 뿌듯해 하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야구선수치고는 왜소한 체격과 적은 경험이 그 이유. 176cm, 80kg의 서건창은 "어차피 나는 홈런 타자 쪽은 아닌 것 같다. 빠른 타구를 날릴 수 있는 힘을 기르겠다. 그것이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며 감독의 우려를 털어냈다.
서건창의 올해 목표는 1군 진입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엔 너무 낮은 곳을 경험해본 그다. 서건창은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대수비가 됐든 대주자가 됐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잘 해내고 싶다.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미국 스프링캠프 때부터 같은 방을 쓰는 선배 박병호(26)는 그런 후배를 바라보는 눈이 남다르다. 서건창과 마찬가지로 LG에서 1군에 자리를 잡지 못하던 박병호는 지난해 트레이드를 겪으면서 '이번에 다 보여주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절박함을 안고 넥센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거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4번타자가 됐다.
서건창은 "병호 형이 기술적인 조언도 많이 해주지만 정신적으로도 좋은 말을 많이 해준다. 형도 조금이나만 겪어본 느낌이기에 많이 도움이 된다"며 박병호에 고마움을 표했다.
서건창은 2루를 놓고 지난해 주전 2루수 김민성(24)과 경쟁해야 한다. 김민성에 비해 경험에서는 모자라지만 넥센에 부족한 좌타자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나는 아직 멀었다"고 손사레를 친다. 그리고 그의 올해 꿈은 사실 주전 싸움이 아니다. 그를 보며 마음 아파했던 부모님이 그를 보러 행복하게 야구장에 오시는 것. 그게 그가 새로 시작하는 야구 인생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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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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