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코리안특급' 박찬호(39)가 첫 상대로 매우 까다로운 타자를 만난다. KIA 1번타자 이용규(27)와 피할 수 없는 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
박찬호는 29일 일본 오키나와 긴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KIA와 연습경기에 선발등판한다. 지난 28일 SK전에 등판하기로 돼 있었지만, 우천 취소되는 바람에 등판이 하루 미뤄졌다. 박찬호가 상대해야 할 첫 번째 타자도 달라졌다.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1번타자 이용규가 박찬호의 첫 상대가 됐다. 흥미로운 대결이 아닐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장신과 거구들을 상대해 온 박찬호에게 이용규는 매우 생소한 스타일의 타자. 175cm 단신으로 오픈 스탠스에서 다리를 들었다 내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배트를 짧게 쥐며 간결하고 빠른 스윙을 구사한다. 정확한 컨택 능력으로 스트라이크존으로 오는 공을 끈질기게 파울로 커트하는 데에는 도가 텄다.

지난해 이용규는 타석당 평균 투구수가 4.3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이용규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언제나 진땀을 빼야 했다. 대한민국 대표 에이스 류현진(한화)도 "커트를 워낙 잘하기 때문에 투수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쉽지 않다"고 인정했고, 또 다른 투수는 "던질 곳이 보이지 않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
모든 투수들에게 이용규는 상대하기 싫은 존재다. 박찬호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박찬호는 공격적 승부를 할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공격적인 피칭을 펼친 즐긴 박찬호였다. 그는 미국과는 스타일이 다를 한국 타자들과 대결에 대해 "스트라이크를 던지며 잡을 것이다. 다양한 구종을 활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유리한 볼카운트 점령이 관건이다.
이용규는 볼을 기다리는 타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는 타입이다. 하지만 최근 2년 연속 60개 이상 볼넷을 얻어내며 볼을 골라내는 인내심도 향상되고 있다. 방망이가 나올 때에는 과감하게 나오지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볼넷을 골라내는 능력이 좋아졌다. 여기에 웬만해서는 삼진을 당하지 않는다. 지난해 볼넷 67개를 얻는 동안 삼진은 33개 뿐이었다.
메이저리그 시절 박찬호는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에게 약했다. 35차례 맞대결에서 31타수 12안타 타율 3할8푼7리 4볼넷 2탈삼진을 기록했다. 출루율이 4할5푼8리에 달할 정도.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이치로와 비슷한 타격 스타일의 이용규는 박찬호에게 까다로운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찬호는 지난 16일 애리조나 투산 자체 평가전에서 최고 145km 강속구로 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그로부터 13일만의 실전 등판. 그의 공을 상대해 본 한화 타자들은 "볼끝과 무브먼트가 살아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용규는 타팀과 8차례 연습경기에서 20타수 4안타 타율 2할에 볼넷 3개를 얻었는데 삼진은 단 하나 뿐이다. 아웃되더라도 쉽게 아웃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컨디션 점검 차원의 연습경기이지만 첫 대결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첫 투타 대결은 일종의 기싸움. 시즌이 들어간 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찬호의 한국팀 상대 첫 타자가 될 이용규. 과연 첫 맞대결에서 서로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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