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희선 인턴기자] 모두가 예상했던 상황이었지만 현실은 훨씬 가혹했다. 안젤코(29)가 2세트에만 21점을 퍼부으며 공격을 주도하고도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시즌 후반 들어 승부조작 파문에 휘말리며 주전선수가 대거 빠진 KEPCO는 외국인 선수 안젤코의 활약에 의존하고 있다. 졸지에 주전 세터 두 명과 주전 공격수가 모두 팀을 이탈하면서 안젤코의 부담은 확실히 늘었다.
실제로 최근의 KEPCO는 안젤코의 원맨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라운드 개인기록에서 득점부문 1위(183점)를 차지한 안젤코는 서브 2위(세트당 0.36개), 블로킹 5위(세트당 0.73개) 등 팀을 홀로 이끌며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처음으로 손발을 맞춘 세터 김천재와 호흡은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믿고 공격을 맡길 수 있는 선수가 안젤코밖에 없다 보니 자연히 공격 점유율이 안젤코에게 치중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서 열린 드림식스전은 안젤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KEPCO와 외로운 투쟁을 계속해야 하는 안젤코의 현실이 극명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을 위해 적어도 2세트를 꼭 따내야만 했던 KEPCO는 2세트부터 맹렬하게 시작된 드림식스의 공세에 허덕였다. 김천재의 토스는 안젤코를 향했고, 안젤코는 듀스에 듀스를 거듭한 2세트에만 무려 21득점을 퍼부었다. 공격 점유율은 76.19%에 달했다.
이날 기록은 '득점 기계' 가빈 슈미트(삼성화재)를 뛰어넘는 기록이라 더 의미가 있다. 가빈은 이날 안젤코가 한 세트 21득점을 기록하기 전까지 역대 한 세트 최다 공격 득점(19점) 기록의 소유자였다. 남녀 통틀어 한 세트 최다득점 기록은 몬타뇨(인삼공사, 24점)가 갖고 있다.
경기 후 신춘삼 감독은 안젤코에 대해 "팀 위기 상황을 알고 본인이 (김)천재를 다독여가며 이끌어 나가고 있다. 승부욕이 있는 선수다보니 리더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본인이 힘들어도 다 감당하겠다고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 안젤코를 그렇게 혹사시킬 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자문한 신 감독은 "2세트가 중요하다 보니 안젤코에게 공격이 치우친 경향이 있다. 상황이 이런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졸지에 '코트 위의 가장'이 되어버린 안젤코에 대한 미안함과 신뢰를 동시에 드러냈다.
서재덕마저 부상으로 인해 6라운드 복귀가 어려워진 시점에서 안젤코는 앞으로 당분간 코트 위에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이래저래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KEPCO가 마지막으로 의지할 곳이 되어버린 안젤코, 그가 외로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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