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율 "오승환 직구? 선수생활 이어가는게 중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2.29 07: 50

"내 투구 스타일로 봤을 오승환 처럼 던지려다간 그렇게 하면 탈이 난다".
롯데 자이언츠 김사율(32)에 대한 양승호(52) 감독의 믿음은 확고하다. 정대현의 영입이 결정된 이후에도 양 감독은 "우리 팀 마무리는 김사율"이라 못 박으며 무한 신뢰를 보냈다. 더군다나 정대현의 무릎 수술로 전반기 공백이 불가피해지자 더욱 큰 짐을 짊어지게 됐다.
올 시즌 김사율은 프로데뷔 후 가장 큰 기대를 받으며 시즌에 돌입한다. 지난해 20세이브를 올리며 롯데의 주전 마무리 자리를 꿰찬데 이어 주장 자리까지 맡아 거인 군단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 필연적으로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수 없는 상황. 그렇지만 김사율은 결코 무리하는 일 없이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뜻을 비쳤다.

작년 삼성의 우승을 이끌었던 삼성 오승환(30)의 무기는 강력한 직구다. 흔히 마무리투수 하면 오승환과 같이 강력한 구위를 가진 강속구로 삼진을 뽑아내는 선수를 떠올린다. 박빙의 순간엔 어떠한 돌발 변수가 발생할 지 알 수 없으니 탈삼진으로 출루의 기회를 원천봉쇄 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인식에서다.
그렇지만 김사율은 오승환과는 조금 다른 유형의 마무리투수다. 강력한 직구를 주무기로 삼기 보다는 커브로 카운트를 잡고 포크볼로 삼진이나 범타를 유도하는 투구를 한다. 또한 정확한 제구와 공격적인 투구로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어간다. 김사율은 "마음가짐을 바꾸고 가운데 무조건 자신있게 넣었을 뿐"이라고 밝히며 자신감이 활약의 비결이라고 꼽았다.
올 시즌을 준비하며 김사율은 변신 보다는 자신만의 무기를 더욱 다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마무리투수는 오승환처럼 직구가 좋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마무리에게 직구는 필수요소와도 같다"면서 "구위를 높여 타자를 압도하고 구속을 올리는 것, 그걸 내가 목표로 삼는 건 잘못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무리한 변신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김사율은 "구속이나 구위는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몸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면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그걸(구속 증가)를 목표로 세우고 던지면 내 나이나 스타일로 보나 탈이 나게 돼 있다. 직구를 장착하는 것도 좋지만 건강한 몸으로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변신은 없다. 대신 업그레이드는 있다. 김사율은 "사실 내 나이도 있지 않는가. 변신을 하기보다 갖고있는 걸 키우는 게 더 중요할 때"라며 "정확한 컨트롤과 타이밍, 타자와의 수 싸움, 좋은 로케이션을 가져가는 게 내 스타일이다. 내가 가진 무기를 더욱 발전시키는게 맞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분명히했다.
김사율은 25일 넥센과의 연습경기에서 올해 첫 실전 등판을 해서 1이닝을 던졌다. 결과는 탈삼진 한 개를 포함한 삼자범퇴. 그날 김사율의 직구 최고구속은 137km에 지나지 않았지만 정확한 코너워크와 노련한 승부가 돋보였다. 자신의 길을 찾은 김사율의 올 시즌이 기대된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