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승부', '배수의 진' 등 쿠웨이트전에 대한 수식어를 살펴보면 한국 축구가 위기에 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최강희 대표팀 감독의 얼굴에는 항상 여유가 있다. 왜 그럴까?.
29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와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에서 한국이 패한다면 조 2위까지 나가는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만약 쿠웨이트에 한국이 패한다면 쿠웨이트가 승점 11이 되어 승점 10인 한국이 순위에서 밀린다. 그리고 동시에 벌어지는 경기서 승점 10의 레바논이 전패를 기록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무승부 이상만 거두면 한국은 탈락하게 된다.
레바논이 UAE 원정을 떠난다고 하지만 무승부 이상은 유력해 보인다. UAE는 3차예선 5경기서 5골 12실점이라는 최악의 밸런스로 5연패를 기록, 이미 3차예선서 탈락한 지 오래이기 때문.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다. 레바논의 승리 혹은 무승부가 기정사실이나 다름 없는 만큼 한국으로서는 쿠웨이트전서 무승부 이상을 거둬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릴 수 있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에게 쿠웨이트전은 부담의 대상이 아니다. 최강희 감독의 입장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세계적인 강팀도 아닌 쿠웨이트에, 원정도 아닌 홈에서 진다는 생각을 할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 이러한 자신감은 선수 선발에도 이어졌다. 최강희 감독은 국내파 선수들도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며 소신대로 선발했다. 얼마 안 되는 해외파들의 차출과 관련해 잡음이 생길 때에도 "어쩔 수 없지"라고 웃으며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력의 차이 외에도 최강희 감독이 여유로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한국과 쿠웨이트의 상황 차이. 한국은 홈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최종예선에 오른다. 게다가 최종예선 시드 배정의 기준이 3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으로 되는 만큼 3차예선의 순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무리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반면 쿠웨이트는 반드시 승리를 노릴 수밖에 없다. 공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것. 하지만 쿠웨이트가 공격적으로 나선다고 해도 한국에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쿠웨이트는 3차예선 5경기서 8골 7실점에 그쳤다. 반면 한국은 12골 4실점으로 공·수에 걸쳐 안정적인 밸런스를 선보였다.
게다가 한국은 3차예선 동안 홈 경기서 패하거나 비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모두 승리였다. 그 대상을 모든 A매치로 넓혀도 한국이 안방에서 패한 것은 2010년 9월 7일 이란에 0-1로 패한 것이 가장 최근이다.
한국은 쫓기는 입장이 아니다. 쿠웨이트가 따라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입장에서 굳이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최강희 감독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한국이 앞서는 만큼 쿠웨이트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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