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빅2’ 개파르타 “10개월 째 합숙하는 아그맨" [인터뷰]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2.02.29 16: 31

tvN ‘코미디 빅리그2’(이하 코빅2)에 이런 팀이 있다. 수두룩한 원년 멤버를 제치고 세계적인 힙합 그룹 블랙아이드피스의 리더 윌아이엠과 공연을 하고 총 10라운드로 진행된 정규리그 중 단 8차례만 무대에 올랐으나 어렵지 않게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확정한 팀. 소품도 많지 않아서 매주 달랑 의자 하나와 맨몸으로 무대에 오르는 팀, 바로 개파르타(김민수, 유남석, 이종수)다.
개파르타는 단편적인 몇 가지 사실 때문에 운이 좋았다는 말을 들었고, 탄탄대로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이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니 사실과 달랐다. 상비군으로 ‘코빅2’에 합류한 개파르타는 멤버 김민수의 어깨 부상 등의 요인으로 원치 않게 무대를 내주며 마음 고생을 했다.
“지금도 움직이기는 힘들어요. 그냥 참고 오르는 거죠. 무대에서 액션을 취해야 할 때가 있는데 아직도 고통이 심합니다. 코너에서 (유)남석이가 저한테 많이 맞아서 그런지 어깨를 다쳤을 때 유독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무대에 올랐을 때도 남석이가 자꾸 계속 제 왼편으로 움직이는 게 보여요.”(김민수)

‘코빅2’에서 개파르타는 YG 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을 패러디한 코너 ‘양꾼 기획’을 선보이고 있다. 양현석을 묘하게 닮은 김민수는 혀 짧은 소리를 내는 기획사 사장으로, 유남석과 이종수는 아이돌 그룹 지망생으로 분해 트레이닝에 열을 올린다. 이들은 10라운드 1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오는 3월 3일 첫 방송되는 챔피언스리그를 앞두고 상승세를 탄 것만은 확실하다.
“개파르타에게 ‘코빅’은 최고의 프로그램입니다. 저희가 인정한 최고의 프로그램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한 것 같아서 즐거워요. 초반에는 ‘코빅’ 무대를 즐기지 못했어요. 지금 봐도 그 부분이 제일 아쉽죠. 챔피언스리그를 앞두고는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아 그 점이 만족스럽습니다.”(유남석)
유남석과 김민수는 낯이 익다. 두 사람은 개그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띠리띠리’로 얼굴을 알렸다. 노란색 우주복을 입고 “띠리띠리”를 외치던 두 사람이 함께 한 시간도 벌써 10여 년, 가족 그 이상의 관계가 됐다.
“개그는 웃음 포인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팀 멤버들 간의 호흡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희는 ‘코미디 빅리그’를 시작한 후 벌써 10개월 째 합숙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돌 멤버들만 한다는 합숙을 서울 대학로에 있는 저희 집에서 하고 있죠. 아그맨(아이돌 같은 개그맨)이랄까요?(웃음) 자나 깨나 개그만 생각하겠다는 결의를 행동으로 옮긴 겁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양꾼 기획’에서 낼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보여드릴 생각이에요. 개파르타가 멤버를 교체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충원은 있을 수 있지만 교체는 절대 없습니다.”(김민수)
 
비장함이 묻어나는 김민수의 목소리. 그는 코너에서 캐릭터를 잘못 잡은 탓에 “개파르타를 대하는 자세가 남다르다”고 하소연했다. “책임져야 할 것 같고, 이 아이들은 내가 키워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는 김민수는 원통한 표정을 지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런 개파르타의 캐릭터는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민수가 주로 아이디어를 맡는 편이에요. 전반적으로 주도해 가는 편이기도 하고요. ‘양꾼 기획’ 사장이라는 캐릭터 때문인지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주로 리드하는 역할을 합니다.”(유남석)
“서로 아이디어 내는 방법이 다를 뿐이에요. 남석이는 저하고는 다른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거든요. 제가 하지 못하는 개성 넘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예를 들자면 뱅어포를 먹으면서 대체 뱅어가 몇 마리 죽은 거야라고 말하는 식이에요. 그리고 그런 독특한 콩트를 종수가 이상하게 잘 살리더라고요.”(김민수)
조용하게 유남석과 김민수 옆에 앉아 있던 이종수가 눈에 들어왔다. 상체를 곧추세운 적극적인 포즈와 달리 별 말이 없었다. “지금 인터뷰에 적응해 가는 중”이라고 열심히 해명하는 이종수의 모습에 볼수록 귀여워진다는 ‘코빅 볼귀남’이라는 별명이 왜 붙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볼귀남’ 이종수는 일상에서 자신의 인기를 확인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개인적인 일정일 때 저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거든요. 그 전에 방송할 때는 잘 몰랐는데 이제는 지하철에서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누군지 알겠다는 눈짓을 보내시는데 그럼 저도 ‘맞습니다, 제가 개파르타 이종수입니다’는 눈빛을 보냅니다.(웃음) ‘코빅’을 보는 분들이 많은가 봐요.”(이종수)
 
꺼진 불도 다시 보듯이 인간미 넘치는 개파르타도 다시 봐야 한다. “내가 잘났다기 보다 너희가 빛나게 해주어 이 자리에 있다”고 말하는 훈훈한 개파르타는 웃음을 위해 영악한 꾀를 부리고 있다. 관객들을 폭소하게 만드는 잔망스러운 묘책은 바로 과장된 웃음이다.
“저희 코너는 서울 대학로의 한 공연장에서 검증을 받았습니다. 철저하게 관객들이 웃는지 안 웃는지를 분석한 후에 녹화에 임한 거죠. 코너 초반에 제 혀 짧은 소리에 (이)종수가 웃었는데 그 모습에 관객들이 더 크게 웃음을 터트리더라고요. 그걸 바탕으로 계획했죠. 정말 웃긴 상황에서는 굳이 웃음을 참지 않는 걸로요. 그 모습이 관객의 웃음을 배가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사장이 짧은 혀로 이상한 소리를 하면 웃기지 않을까요?”(김민수)
김민수는 "신동엽 선배의 밉지 않은 캐릭터, 뭘 해도 용서가 되는 개그"를 꿈꾼다. 또 “김구라 선배의 막말 개그가 좋다”며 인터넷 방송 입성을 노리는 유남석, “유재석의 재능만큼이나 깊은 인격을 닮고 싶다”는 이종수까지, 이들은 다른 외모만큼이나 다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개파르타에게 신동엽, 김구라, 유재석만큼이나 소중한 이름이 있었으니 바로 정준하다.
“정준하 선배한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웃음) 정준하 선배를 인간적으로 좋아합니다. 개파르타 멤버들끼리 아이디어를 짜다가 힘들어서 술 한 잔 하자고 나간 적이 있어요. 그 때 우연히 정준하 선배를 만난 거죠. 나중에 보니까 저희가 먹은 걸 계산해주고 가셨더라고요. 힘들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마음이 더 깊이 남나 봐요. 정말 감사했습니다.”(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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