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이하 '언터처블', 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이 유쾌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전 유럽을 들썩이게 만든 흥행 신드롬을 국내로 몰고 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언터처블'은 29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베일을 벗었다.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 '트랜스포머'를 누르고 프랑스에서 박스오피스 10주 연속 1위라는 전대미문의 흥행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인 만큼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이는 시사회에서도 역시 관심이 뜨거웠다.
공개된 영화는 시종일간 관객들을 웃고 울린다. 제목 '언터처블(Untouchable)'은 고대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유래된 단어인 '불가촉천민'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인도는 수천년 동안 카스트 제도를 통해 신분을 나눴는데 언터처블은 4계급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 즉 최하위 5의 계급을 의미한다. 이는 극중 드리스(오마 사이)가 처해있는 환경과 상황을 의미함과 동시에 함부로 방해하거나 건드릴 수 없는 두 사람만의 소중한 세상, 1%의 우정을 상징하는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목부터 발끝까지 신경이 죽은 전신불구의 상위 1% 백만장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은 자신을 돌봐줄 도우미가 필요하다. 이 도우미에 가진 것이라고는 건강한 신체가 전부인 하위 1% 무일푼 백수 드리스(오마 사이)가 지원하게 되면서 풀어지는 이야기는 어떤 모험담보다도 흥미롭고 잘 짜여진 코미디보다도 유쾌하다. 영화는 리듬감있는 구성과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들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2주간의 내기로 시작된 두 남자의 동거는 만만치 않다. 풋 크림을 샴푸로 착각해 머리를 감기는가 하면, 필립의 식사를 돕는 도중 여자에게 한눈을 팔아 엉뚱한 곳에 음식을 들이낸다.
취향도 전혀 다르다. 클래식 미술과 음악에 열정적이고 낭만파 시대의 사람처럼 사랑하는 이에게 구구절절 온갖 수식어를 동원한 편지를 쓰는 필립과는 다르게 드리스는 큰 헤드폰을 끼고 춤을 추며 얼스 윈드 앤 파이어를 좋아한다. 오페라를 보고 그저 배우의 꼴이 웃기기만 해서 폭소하는 드리스는 필립과 사는 곳도, 자라온 환경도, 좋아하는 것들도 전혀 다르다. 하지만 필립은 자신을 장애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종종 자신을 놀리기까지 하는 드리스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그렇게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친구가 된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은 일부로 서로를 이해하고 맞추려고 노력하거나 설득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이해한다.
필립이 비싼 돈을 주고 산 그림이 그저 흰 캔버스에 코피를 흘린 것 같다고 표현하는 드리스는 본인이 직접 그림을 그리게 되고, 필립은 이 그림을 친구에게 비싸게 팔아주는 장면은 두 사람의 교감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신이다.
드리스를 만나서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밝은 웃음을 짓는 필립을 보는 관객들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그들의 우정은 그렇게 뭉클한 감동을 준다.
현대 사회에 계급은 존재하지 않지만, 암묵적인 신분 격차가 분명히 존재한다면 영화는 가장 편한 방법으로 판타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실화 소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란 것을 알게 됐을 때 느끼는 쾌감과 충격 역시 상당하다. 영화 속 1% 귀족남 필립은 실제 프랑스 귀족사회의 최상류층이자 정계에서도 영향력이 높은 샴페인 회사 사장 필립 포조 디 보고이며 드리스 역할의 실제 주인공은 빈민촌 출신의 청년 애브델이다. 3월 22일 개봉.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