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부상자들이 많아 올 시즌 전망이 어둡게 나왔던 SK 마운드가 연습경기를 통해 호투를 펼치고 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4번째 우승을 정조준 하는 팀다운 마운드다.
SK는 지난 29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 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연습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이로써 SK는 일본 캠프에서 가진 5번의 연습경기에서 3승(2패)째를 올렸다.
시즌을 위한 실전경기라는 점에서 승패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는 관심을 모으게 하고 있다. 특히 투수 놀음이라는 야구인 만큼 5경기에서 보여준 팀평균자책점에 시선이 간다.

SK 투수진은 5번의 연습경기 동안 총 41이닝을 소화했다. 그리고 실점은 11점에 그쳤다. 지난 22일 첫 연습경기였던 니혼햄전에서 2-1로 승리한 SK는 24일 KIA전에서는 2-4로 패했다. 비록 6회 끝났지만 한화를 상대로 4-2로 강우콜드게임승을 거둔 SK는 요미우리에 2-3으로 아쉽게 졌다. 여기에 이날 삼성전에서 9이닝 동안 1실점을 했으니 팀평균자책점이 2.41까지 내려갔다.
김광현, 송은범, 엄정욱이 재활 중이고 전병두는 어깨 수술 후 재활로 올해 복귀가 어렵다. 고효준은 팔꿈치 인대와 뼛조각 수술 후 입대했고 이승호와 정대현은 FA를 선언, 롯데로 이적했다. 임경완을 FA 시장에서 데려왔고 제대한 윤길현이 있다지만 당장 작년 주전으로 뛰던 투수만 7명이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이 4강권으로 SK를 보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연습경기를 치러보니 SK 마운드의 저력은 여전했다. 심판들로부터 "역시 SK다. 가장 제구가 안정됐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SK를 상대한 일본 구단도 마찬가지. 한 일본 구단 관계자는 "경기를 해본 구단 중 가장 짜임새가 돋보인다. 수비도 수비지만 투수들의 실력이 정말 좋다"고 인정했다.
SK는 지난 2005년부터 작년까지 7년 연속 3점대 팀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팀이다. 또 2009년 역대 최초로 한 시즌 1000탈삼진을 돌파하더니 3년 연속 4자리수 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팀자책점 역시 8년 연속 500점 미만이었다. 이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까지 오를 수 있었던 탄탄한 기반이었다. 항상 우승후보 대열에 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런 점에서 멤버가 바뀌었지만 그 힘이 연습경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이에 "지금 연습경기 승리는 큰 의미가 없다"는 이만수 감독은 시즌을 대비한 실전경기라는 점에서 승패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투수들에 대한 평가에는 인색하지 않았다. "투수들이 잘던져주고 있다"는 이 감독은 "로페즈, 마리오가 괜찮고 박종훈, 김태훈도 잘던져주고 있다. 뒤는 임경완, 이재영, 정우람, 박희수 등이 잘하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이유를 경쟁의 힘으로 분석했다. "투수들이 생각보다 잘던져주고 있다"는 이 감독은 "선발 투수들은 외국인 투수 2명을 제외한 3자리를 놓고 젊은 투수들이 의욕이 넘친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매 경기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광근 수석코치는 "어차피 야구는 투수 싸움이다. 투수들이 잘해주면 해볼만 하다"면서 "타자들은 사이클이 있는 만큼 아직은 괜찮다. 게임을 어떻게 풀어가는가 하는 문제다. 여기에 수비가 뒷받침되면 투수들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자들의 감각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투수들이 잘해주고 있다"면서 "적은 점수를 지켜내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외국인 투수 2명이 나쁘지 않다. 여기에 젊은 선발 투수 1~2명만 치고 올라와주면 괜찮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성준 투수 코치는 "지금 중요한 것은 수치나 성적이 아니다"면서 "투수들이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젊은 선수들이 자신의 볼에 대해 확신을 가지면서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며 "박종훈도 이승엽을 비롯해 중심타선을 묶었다. 그런 것이 자신감이 될 것이다. 투수는 자신감이다. 그런 부분에서라면 지금의 성적이 도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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