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해 보이는 외야에도 틈새는 있다. 2011년 강력한 공격력과 진일보한 수비력을 뽐낸 롯데 자이언츠 주전 외야진을 보조할 팀의 네 번째 외야수를 놓고 이인구(32)-이승화(30)-황성용(29)-김문호(25) 등 네 명의 외야수가 총성 없는 경쟁에 한창이다.
지난해 롯데는 좌익수 김주찬-중견수 전준우-우익수 손아섭으로 이어지는 외야진으로 한 시즌을 소화했다. 이 가운데 손아섭은 생애 첫 외야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전준우 역시 골든글러브 유력 후보로 많은 표를 얻었다. 김주찬은 부상으로 인해 결장한 경기가 많았지만 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와 동시에 타율 3할을 넘겼다. 공격력은 8개구단 외야진 가운데 최고였고 다소 불안했던 수비 역시 외야 전문 조원우 코치를 영입하며 일취월장했다.
일견 주전 선수는 이미 정해진 것 같아 보이는 외야지만 경쟁의 여지는 충분하다. 한 시즌을 세 명의 외야수로 치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부상 선수나 체력 안배 등을 생각하면 백업 외야수는 최소 두 명에서 세 명은 필요하다.

게다가 올 시즌 롯데 외야 포지션 판도도 흔들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일단 지난해 주전 우익수로 뛰었던 손아섭의 몸 상태가 완전치 않다. 작년 슬라이딩 도중 입은 왼쪽 어깨 부상이 완전히 치료되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사이판 캠프에서 봉와직염 수술을 받았다. 결국 가고시마 캠프가 불발된 손아섭은 김해 상동구장에 남아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잔부상으로 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컨디션이 빨리 올라오지 않아 자칫 시즌 초 한 달 가량 결장도 조심스럽게 예상된다.
롯데 권두조(60) 수석코치는 "롯데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백업 외야수들의 기량이 올라와야 한다. 시즌 초반 (손)아섭이가 제 컨디션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외야수들을 모아놓고 '이런 기회에 주전 기회를 잡지 못하면 너희는 선수도 아니다'라고 한 마디를 했다"고 외야 경쟁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권 코치는 "올 시즌이 끝나면 김주찬이 FA 자격을 얻지 않는가. 주전을 제외한 외야수들 역시 열심히 한다면 얼마든지 자리가 난다"고 힘줘 말했다.
일단 네 명의 외야수들은 모두 페이스가 좋다. 코칭스태프는 "네 명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기량이 많이 발전했다"고 흐뭇한 표정이다. 이승화는 여전히 외야 기대주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발 빠르고, 어깨 강하고, 수비 범위 넓고, 타구 판단도 좋아 외야수로는 최고의 선수다. (이)승화는 정말 최고의 외야수가 될 자질을 갖췄지만 작년 시즌 초반 타격 부진으로 자신감을 잃은 게 안타깝다. 그렇지만 올해는 정말 많이 좋아졌다. 컨택에 자신감이 붙은 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승화 역시 "작년은 잊었다. 나만 잘 하면 되는 일"이라며 덤덤하지만 굳은 결의로 경쟁에 자신을 보였다.
여기에 이인구도 주전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이인구는 81경기에 출장, 타율 2할6푼7리 2홈런 14타점 26득점 6도루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주전 외야수 3인방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 롯데의 '제 4외야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백업에 만족할 수는 없다. 부인 박주희씨가 두 번째 아이를 가져 이제 두 아이의 아빠가 되기에 가장으로서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올 시즌은 주전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이인구는 자기암시를 걸며 힘차게 배트를 돌리고 있다.
황성용도 주전 자리를 노린다. 지난해 SK와의 사직 최종전에 선발 출전했던 황성용은 결정적인 호수비 두 개로 팀 승리를 지켜내며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박정태 타격코치가 이번 스프링캠프 동안 황성용이 타격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언급 할 정도로 코칭스태프의 인정도 받았다. 황성용 역시 "프로에 데뷔한 이후 줄곧 백업이었다. 프로에서 뛰며 주전을 목표로 삼지 않는 선수는 없다. 올해는 꼭 주전을 차지하겠다"며 투쟁심을 숨기지 않았다.
공수주 삼박자를 모두 갖춘 만년 유망주 김문호도 올 시즌 꽃을 피울 준비를 마쳤다. 이른 군 복무로 병역문제를 해결했기에 이제 야구만 잘 하면 된다. 덕수정보고 시절 '천재 타자'로 명성을 떨치던 김문호의 고교 3년 타율은 4할4푼8리. 완성형 타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1군에서는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작년 시즌 초반 기회를 받았지만 타율 2할3푼1리에 그쳤다. 올 시즌은 약점으로 지적된 수비에서 많은 성장세를 보였다. 수비에서 자신감을 찾는다면 방망이도 함께 살아 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일단 외야자원 가운데 가장 어리기에 장기적으로 바라 볼 수도 있다.
경쟁이 야구의 기본이다. 백업 외야수들의 성장세 속에 주전들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롯데 외야는 현재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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