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 투수와 포수의 마음이 통했다. 첫 경기부터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며 승리의 배터리로 거듭났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는 첫 대외 경기였던 지난달 29일 KIA와 연습경기에서 3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위력투를 펼쳤다. 홈플레이트에서 박찬호의 공을 받은 포수는 '이글스의 안방마님' 신경현(37). 박찬호는 신경현의 리드에 만족스러워했고, 신경현은 박찬호의 위력에 놀라워했다.
이날 경기 후 박찬호는 "재미있는 경기였다. 경기 전 포수와 몇 가지 이야기했고 그 리드에 따랐다. 제구 위주로 가려고 했는데 볼이 잘 들어갔다. 포수가 리드를 잘해줘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며 함께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신경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박찬호는 탈삼진 4개 중 3개가 3구 삼진일 정도로 공격적인 피칭을 펼치며 신경현과 환상의 호흡을 보였다.

신경현은 "경기 전부터 찬호형과 이야기하며 제구 위주로 승부하기로 했다. 확실히 찬호형의 제구가 좋았고 볼이 좌우로 휘는 움직임도 컸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커브의 중간 형태인 슬러브가 위력적이었다. 내가 리드를 잘한 게 아니라 찬호형이 잘 던진 것"이라며 모든 것을 박찬호의 공으로 돌렸다. 3구 삼진 3개에 대해서도 "찬호형이 칠테면 치라는 식으로 공격적으로 한 게 통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제 한 경기 호흡을 맞춰본 게 전부. 앞으로 무수한 대화와 실전을 통해 교감을 키워나가야 한다. 신경현은 "첫 경기였지만 서로 교감이 맞았다. 우리팀에 어린 투수가 많기 때문에 내가 사인을 내는 경우가 많지만 찬호형의 경우에는 투수의 생각에 맞춰주는 부분도 있다"며 "경기 후에도 브리핑실에서 볼 배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찬호형이 잘 던지는 공과 내가 아는 한국 타자들의 스타일에 맞춰 볼 배합하고 있다. 계속 이야기하며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4년부터 9년째 한화의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신경현은 대투수들의 공을 많이 받았다. 송진우-구대성-정민철-류현진 등 당대 최고의 투수들과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다. 대투수들과 함께 할 때 신경현은 더욱 빛나는 포수였다. 그는 "포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제구력이 좋고 변화 구종이 다양한 투수들과 하면 편하다. 찬호형도 변화구가 많고 제구가 좋다. 직구도 만족할 만큼 힘이 있다. 리드하기에 편한 투수"라고 설명했다.
박찬호는 포수에 민감한 투수로 잘 알려져있다. LA 다저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에는 채드 크루터를 전담 포수를 둘 정도로 손발 잘 맞는 포수를 선호한다. 한화에 입단 후에도 "포수와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포수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한다. 포수들도 나를 알아야 하고, 나도 포수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 박찬호는 신경현 최승환 등 포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충분한 교감을 나눴다.
특히 주전 포수 신경현과 첫 경기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이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 출신이라는 박찬호와 배터리가 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을 법도 하지만 신경현은 "내가 부담이 어디 있겠나. 잘 던지면 투수가 잘한 것이고, 못 던지면 포수가 욕먹는 것이다. 찬호형이 잘 던지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박찬호에게 신경현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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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