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이후 가장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LG가 베테랑들의 활약으로 위기를 이겨내고 더욱 단단히 뭉치는 중이다.
이미 LG는 조인성·송신영·이택근이 FA로 이적, 핵심선수 3명을 잃은 채 전지훈련을 떠났다. 이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인 지난 15일에는 신예 투수 두 명이 경기조작 연루라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에 휘말렸다. 둘 모두 앞으로 오랫동안 LG 마운드를 이끌어갈 투수였기 때문에 팀 전체가 받는 충격은 엄청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LG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계획대로 전지훈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고 큰 부상으로 중도귀국한 선수도 없는 상태다. 특히 무한경쟁 체제 속에서 베테랑 선수들이 앞서 땀을 쏟으면서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독려한다.

41세의 류택현은 한국의 제이미 모이어를 꿈꾸며 재기를 향한 자신과의 싸움에 임하는 한편 후배 지도에도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전지훈련에서 선수와 코치를 병행하고 있는 류택현은 지난 14일 니혼햄전에 이어 28일에 오릭스전에서도 무실점을 기록, 두 번의 연습경기에서 2이닝 무실점을 올려 복귀에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프로 20년차 이대진(38)도 올해 첫 등판인 24일 주니치전에서 3이닝 무실점했다. 야구선수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이대진은 ‘후회는 남기고 싶지 않다’는 심정으로 지난 시즌 KIA를 등지고 LG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팔꿈치 인대접한 수술을 받고 재활에 매진하고 있는 봉중근은 '후배가 먼저 찾아오는 선배'가 되기 위해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최성훈, 임정우, 임찬규 등의 어린 투수들도 흔들리지 않고 훈련과 연습경기에 임하고 있다.
야수진에선 기존 스타플레이어들이 연습경기에서 연일 맹활약을 펼치며 LG의 자존심을 지키는 중이다. 올 시즌 주장을 맡은 이병규(9번)는 홈런 포함 12타수 6안타 타율 5할을 올리고 있고 박용택도 지금까지 3할1푼5리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경기 감각이 늦게 올라와 고전했던 정성훈도 29일 세이부전에서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자칫 침통한 분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선배들이 솔선수범하면서 후배들도 중심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프시즌 내내 쉬지 않고 수비 연습에 임한 오지환은 기존의 나쁜 버릇을 모두 뜯어고치며 연습경기에서 부쩍 향상된 수비력을 뽐낸다. 2년차 포수 유강남도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살리기 위해 적극성을 잃지 않고 안정적으로 포수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윤진호, 김용의, 정주현 등의 새로운 세력도 한 자리를 꿰차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LG 전지훈련장인 이시카와 구장에는 ‘미리 먼저 생각하고, 일찍 앞서 준비하며, 제대로 실행하라’라는 문구가 걸려있다. 경기조작 사건과 함께 불어 닥친 풍파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에 먼저 생각할 수도, 앞서 준비할 수도, 그리고 제대로 실행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LG 베테랑 선수들은 풍파에 맞서 민첩하게 생각하고 준비했으며 훈련과 연습경기를 제대로 실행하고 있다. 최악의 전지훈련이 될 수 있었지만 고참들이 역할을 다하며 오히려 팀 전체가 더욱 끈끈하게 뭉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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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