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29일. 아시아 각지에서 펼쳐진 각 조 최종전에서는 믿기 힘든 결과들이 여럿 쏟아져 나왔다. 이는 어느 국가에는 기적, 또 다른 국가에는 비극으로 찾아오며 최종 예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운명을 바꾸어놓았다.
▲ 사우디아라비아, 멜버른의 역전패 비극
최종 예선 진출을 위해선 호주를 반드시 꺾어야 했던 사우디아라비아. 멜버른 원정에서 승리하면 오만과 태국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3차 예선을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심판의 휘슬이 울리고 사우디는 전반 19분 만에 아비드가 선제골을 터트리며 앞서 나갔다. 비록 43분 브로스크에 동점골을 얻어맞았지만 전반 종료 직전 알 샴라니가 다시 골을 터트리며 2-1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최종예선 진출의 꿈에 점차 부풀었던 사우디에 후반 막바지 믿을 수 없는 비극이 찾아왔다. ‘사커루’ 호주의 간판 해리 키웰에게 후반 28분 동점골을 허용하더니 3분 동안 2골을 더 얻어맞으며 순식간에 스코어는 2-4가 됐고 그대로 경기가 종료, 사우디는 최종예선 문턱을 밟아보지도 못한 채 탈락했다. 지난 2006독일월드컵 조별리그서 일본을 상대로 막판 3골을 터트린 호주의 ‘몰아치기’가 또 한 번 발휘된 상황이었다.
사우디의 간판 골잡이 야세르 알 카타니는 “충격적인 일이다. 이기는 줄 알았고 최종예선에 진출할 거라 생각했다. 축구에서 아무리 불가능이란 없다 해도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모두에게 비극적인 결말”이라며 탈락의 충격을 전했다.
▲ 바레인, 10-0 융단 폭격에도 탈락
인도네시아와 마지막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E조 3위 바레인은 2위 카타르에 승점 3점이 뒤지며 사실상 최종예선 진출이 어렵게 됐다. 물론 가능한 시나리오가 없는 건 아니었다. 카타르가 이란에 진다는 가정 하에 인도네시아를 8골차 이상으로 꺾는다면 최종 예선에 안착할 수 있는 실낱 같은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직전 경기까지 3차 예선 5경기에서 단 3골에 그쳤던 바레인은 인도네시아와 홈경기에서 희망대로 무려 10골을 터트리며 10-0 대승을 거뒀다. 비록 카타르가 이란과 비겨 최종예선 진출의 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났지만 바레인이 기록한 10골은 지난 2차 예선에서 요르단이 네팔을 상대로 터트린 9골(9-0)을 넘어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터져 나온 최다골 기록이다.
▲ 카타르,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의 기적
이란 원정에 나서는 카타르는 비교적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란이 만만찮은 상대였지만 ‘라이벌’ 바레인이 8골차의 불가사의한 승리를 거두지 않는 이상 카타르는 이란에 패해도 최종예선행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던 까닭이다.
전반부터 야금야금 골을 터트린 바레인은 후반 27분 압둘라티프가 기어코 팀의 8번째 골을 터트렸고, 그에 반해 카타르는 그 때까지 1-2로 뒤지고 있었다. 카타르로서는 경기 종료 10여 분을 남기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셈이었다. 이대로 끝난다면 카타르가 탈락하고 골득실 -4였던 바레인이 극적으로 최종예선 티켓을 손에 넣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행운의 여신은 카타르의 손을 들어줬다. 1-2로 끌려가던 카타르는 경기 종료 4분을 남기고 카술라 모하메드가 천금 같은 동점골을 성공시켰고 결국 이란과 2-2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추가, 바레인을 제치고 저 멀리 도망가 있던 최종예선 티켓을 다시 손에 넣었다. 카타르로서는 적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룬 기적과 같은 무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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