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한일 리그에서 한국이 웃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진행된 한일 프로팀들의 연습경기가 1일 지난 LG-세이부전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총 32차례 맞대결에서 한국팀이 일본팀을 상대로 15승3무14패로 근소한 우위를 보였다. 실전 감각을 키우는 연습경기라고 하지만 과거 한일 양국의 수준 차이와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의미있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올해만 이긴 건 아니다. 지난해에도 한국팀들은 일본팀들과 28차례 대결을 벌여 14승4무10패로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일본 2군팀과 경기가 8차례나 포함돼 있었다. 2군팀과 8경기에서 7승1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지만, 1군팀들과 경기에서는 7승4무9패로 오히려 뒤졌다.

하지만 올해는 2군팀과 일정이 크게 줄었다. 32경기 중 2군팀과 경기는 단 2경기에 불과했다. 이를 제외한 1군팀과 30경기에서도 14승3무13패로 근소하게 앞섰다. 과거 2군 또는 1.5군 위주로 한국팀들을 상대한 일본팀들이지만 이제는 1군 주력급 선수들로 경기를 벌인다. 더 이상 한국팀들을 한 수 아래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해외파 선수들이 함께 뛰는 국가대항전과 달리 프로팀들의 맞대결은 한국이 일본에 밀렸다. 1991년·1995년·1999년 3차례 열린 한일 슈퍼게임에서 5승3무8패로 열세를 보였고, 2005년부터 우승팀들이 참가한 아시아시리즈와 클럽 챔피언십에서도 한국팀이 일본팀에 3승8패로 뒤졌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이 소프트뱅크를 누르고 한국팀 최초로 아시아 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위상이 달라졌다.
올해 오키나와 한일 리그에서 가장 선전한 팀도 '아시아 챔피언' 삼성이었다. 지난해에도 삼성은 6차례 일본팀과 맞대결에서 3승2무1패로 선전했는데 올해는 이를 넘어 5승2무1패로 코를 납작하게 눌렀다. 그것도 주니치·야쿠르트·니혼햄 등 A클래스의 강팀들과 2차례씩 붙어 거둔 성적이다. 특히 첫 경기 패배 후 재경기를 요청한 니혼햄과 리턴매치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아시아 챔피언의 위용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삼성과 유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KIA도 일본팀과 4차례의 대결에서 3승1패로 선전했다. 특히 삼성도 1무1패에 그친 야쿠르트를 3-1로 꺾은 데 이어 주니치도 1-0으로 누르며 높은 수준의 투수력을 과시했다. 4경기에서 9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주니치 시절 '나고야의 태양'으로 명성을 떨친 선동렬 감독의 진가가 일본팀들과 연습경기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요미우리에서 타격코치-육성군 감독을 거친 김기태 감독의 인적 네트워크로 11차례의 연습경기를 잡은 LG는 4승7패를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3.1득점에 그친 공격력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야쿠르트·주니치·세이부 등 A클래스 팀들을 잡으며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였다.
이외 롯데가 1승1무, SK와 두산이 1승1패를 거뒀고, 한화가 유일하게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채 3전 전패를 당했다. 일본팀들 중에서는 요미우리가 3전 전승했고, 야쿠르트(3승1무2패)·주니치(3승1무3패)·세이부(1승1무1패)·오릭스(1승1패)·소프트뱅크(1승1패) 등이 5할 이상 승률을 올렸다. 니혼햄은 삼성에게 2연패 하는 등 1승3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지바 롯데와 라쿠텐은 나란히 1패만 안았다.
한국팀들의 약진으로 한일 프로팀들의 수준차도 눈에 띄게 줄었다. 내년 스프링캠프에서도 계속될 오키나와 한일리그가 또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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