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헌이형이 올 시즌 부활할 것 같다".
한화 유격수 이대수(31)는 지난해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눈물의 수상 소감으로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연습생 출신으로 10년 만에 오른 정상의 자리이기에 이제 지키고 싶은 마음도 커졌다.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힘든 법이다.
그런 이대수가 꼽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2009년 두산 시절 한솥밥을 먹은 1년 선배 손시헌(32)이다. 이대수는 "시헌이형이 작년 부상 때문에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 사이 강정호·김선빈·김상수 등 후배들의 실력이 많이 올라왔다. 시헌이 형도 경기에 나가지 못하며 후배들의 성장에 느낀 게 많았을 것이다. 올해 마음을 더 단단히 먹고 준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대수의 말대로 손시헌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유격수 중 하나였다. 신고선수 출신으로 밑바닥에서 시작해 2005년과 2009년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유격수 중 골든글러브를 2회 이상 받은 선수는 김재박·류중일·장종훈·이종범·유지현·박진만 그리고 손시헌까지 7명. 한국프로야구 유격수 계보를 잇는 선수들이다. 탁월한 수비와 날카로운 타격은 손시헌의 전매특허였다.
그러나 지난해 불의의 갈비뼈 부상을 당하며 주전이 된 2004년 이후 가장 적은 92경기 출장에 그쳤다. 그와중에도 타율 2할8푼2리에 실책 9개로 치면치레했지만 강정호·김선빈·김상수에 이대수까지 새로운 유격수들이 치고 올라왔다. 불과 1년 사이에 손시헌이 밀렸다. 유격수를 거론할 때 젊은 선수들이 먼저 거론됐다. 여기에 이대수가 골든글러브를 가져가며 30대 유격수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두산 시절 그와 함께 한 이대수는 "시헌이형이 올 시즌 부활할 것 같다. 원래부터 잘했던 선수 아닌가. 캠프 중에도 전화통화했는데 몸 상태도 좋가 아픈 곳도 없다고 하더라. 후배들 중 좋은 유격수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시헌이형이 최고의 경쟁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손시헌과 30대 유격수로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물론 이대수도 자리를 지키기 위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생애 첫 3할 타율과 100안타를 때리며 타격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KIA와 연습경기에서도 4타수 2안타를 때렸는데 모두 2루타였다. 그것도 좌익수와 중견수 키를 넘기는 제대로 맞은 타구. 한대화 감독도 "이대수가 하는 걸 보니 올해도 3할을 치겠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이대수는 "지난해 3할 타율을 쳤던 감을 잊지 않으려 한다. 작년에 한창 잘맞을 때에는 공이 왼발 앞에서 거의 멈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 타이밍에서 공을 때리는 느낌을 찾고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에는 수비만 잘해서는 안 된다. 공격도 잘해야 인정받는다"며 "골든글러브 한 번에 만족할 생각은 절대로 없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런 이대수가 꼽은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가 바로 손시헌이다. 손시헌도 "부상없이 풀타임으로 70타점 이상 기록하고 싶다"고 선언했다. 강정호·김선빈·김상수의 성장 뿐만 아니라 이대수와 손시헌이 벌일 골든글러브 유격수들의 경쟁도 흥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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