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초구 공략은 계속된다".
롯데 자이언츠의 타순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양승호(52) 감독은 1번 김주찬-2번 조성환-3번 전준우-4번 홍성흔-5번 강민호-6번 손아섭을 기본 틀로 하위타순은 조금씩 변화를 줄 뜻임을 시사했다.
지난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3번 타자로 타율 3할2푼6리 15홈런 83타점을 올려 외야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손아섭(24)은 양 감독의 구상에 따르면 6번 타자로 자리를 옮긴다. 양 감독은 "공격적인 성향인 손아섭이 마음껏 초구를 노리도록 6번 타순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른발 봉와직염 수술로 전지훈련 캠프에서 중도귀국해야 했던 손아섭은 김해 상동구장에서 재활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20일 실밥을 뽑은 뒤 지금은 천천히 걸어다니며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다만 지난해 슬라이딩 도중 입었던 왼쪽 어깨 부상은 선수생활 동안 안고 가야한다. 손아섭은 "근육이 좀 찢어졌다. 참고 하는 수밖에 없다"며 씁쓸해했다.
작년 손아섭은 3번 타자로 출전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롯데 클린업타선에 포함 되겠다는 목표를 이뤘기에 더욱 애착이 가는 타순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6번 타순이 더 편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손아섭에게 6번 타순은 낯선 자리다. 지난해 단 한 번도 6번 타자로 나선 경험이 없고 데뷔 이후에도 통산 30타석 정도만 기록했다.
그렇다면 낯선 자리인 6번에 왜 만족감을 드러낼까. 손아섭은 "타순은 감독님이 고유 권한이다. 어느 타순에 들어가든 상황에 맞춰 최선의 타격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래도 좀 더 편한 타순이 있기 마련이다. 6번이 내 스타일 상 가장 성적을 내기 좋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때 양 감독은 손아섭을 2번 타자 후보로 올려놓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선 1번 김주찬-2번 손아섭-3번 전준우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을 가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아섭은 "워낙 (김)주찬이 형이 빠른 주자라 내 타격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 주찬이 형이 도루를 하는 걸 돕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공이 들어와도 그냥 보낼 때도 많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타자에겐 눈에 좋은 공이 보이는 데 그냥 보내는 게 고역일 수 있다.
또한 지난해 맡았던 3번 타순도 장단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3번 타자, 클린업 트리오라는 사실 때문에 좀 더 그럴듯 해 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바로 뒤에 대호형이 있어서 찬스를 이어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대호형이 타석에 있는데 굳이 뛸 필요가 적어 도루도 자제했다"고 했다. 단, 이대호가 바로 뒤에 있었기에 투수들이 정면 승부에 나선 덕분에 손아섭은 타석에서 좀 더 좋은 공을 받기도 했다.
손아섭이 6번을 선호하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그는 "6번 타자도 중심 타선 아닌가. 주자들이 많은 상태에서 타석에 들어서기 때문에 타점을 올릴 기회가 많다. 또한 부담이 적기 때문에 아무래도 공격적인 스윙을 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초구 공략은 계속된다. 마음 편한 타순에서 마음껏 휘두르라는 감독님이 배려인 것 같다"며 웃었다.
가장 시급한 건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손아섭은 아직 방망이를 잡지 않고 오른쪽 발 부상 회복에만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손아섭은 "회복이 빠르면 시범경기 막판에는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한다. 꼭 개막전에 나갈 수 있도록 몸을 맞출 것"이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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