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2’ “사진 안돼요” vs “찍어 찍어” [현장르포]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2.03.03 09: 18

“방송 녹화 중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사진 찍으시면 안됩니다.”
지난 27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공개홀. 여타 공개 방송과 마찬가지로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안전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은 KBS 2TV ‘자유선언 토요일-불후의 명곡2’ 녹화가 있었다. 사진을 찍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은 방송 녹화를 방해하는 일. 때문에 안전요원들은 녹화 시작 전부터 사진 촬영을 하지 말아달라고 연신 당부했다.
김건모가 전설로 출연했고 그의 노래를 부를 14명의 후배들이 함께 했다. 히트곡이 워낙 많은 까닭에 평소와 다르게 2회분 녹화로 진행돼 무려 6시간여 동안 소요됐다.

이날의 주인공 김건모는 처음 보는 관객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등장했다. 주위에 앉은 기자와 관객에게는 악수까지 건넸다. 김건모가 등장하자 안전요원의 당부와 달리 이곳저곳에서 휴대폰 카메라 셔터음이 들렸다. 안전요원이 제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김건모는 “찍어 찍어”라고 웃으면서 브이자를 그렸다.
사방에서 “오빠 여기 봐주세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김건모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코믹한 표정까지 지으며 사진 촬영에 응했다. 사진 뿐 아니라 김건모는 이날 무대 준비로 녹화가 중간에 멈출 때마다 팬들이 요청하는 사인에 성심성의껏 응했다. 원활한 방송 녹화를 위해 사인과 사진 촬영을 제지해야하는 의무를 가진 안전요원이 난감한 표정을 지어도 김건모는 “괜찮다”면서 팬들과 호흡했다.
MC 신동엽, 노는 것처럼 보여도...
 
 
‘불후의 명곡2’에서 신동엽은 가수들의 무대 순서를 뽑을 때 시간을 질질 끈다. 방송에서 볼 때보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니 더욱 얄미웠다. 다른 사람이 했으면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신동엽은 농담 수위조절로 가수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그런데 방송에서 확인하지 못하는 신동엽의 한 가지 중요한 임무가 있다. 바로 녹화 현장 진행.
신동엽은 조명이 꺼지고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도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떠든다. ‘불후의 명곡2’는 방송과 달리 실제 녹화에서 무대가 끝나고 다음 무대가 이어질 때까지 5~10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관객은 불이 꺼진 무대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데 이때 신동엽의 장기가 발휘된다.
신동엽은 화장실에 가는 관객에게 “화장실 다녀오셔도 됩니다. 다만 집에서처럼 편하게 오랜 시간 있지는 말아주세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관객이 화장실 때문에 대거 이탈할 경우 녹화에 지장이 있기 때문. 또 그는 한 관객이 김건모에게 잘 생겼다고 칭찬을 하자 “사진 촬영도 하시고 사인도 받으시고 하는 것은 좋은데 제발 김건모에게 잘 생겼다는 거짓말은 하지 마시라”고 말해 녹화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날 MC 신동엽은 카메라가 꺼진 사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우리는 오디션 프로그램도, 그렇다고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수도, 관객도 무대를 보면서 편하게 즐기시면 됩니다.” 
신동엽의 말대로 ‘불후의 명곡2’는 경연으로 인한 탈락자가 발생하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와 달리 비장한 분위기가 감돌지 않았다. 전설로 출연한 김건모는 후배들의 무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흥겨운 무대에는 의자에 올라서서 춤까지 췄다.
‘불후의 명곡2’ 녹화장에는 이렇듯 무대를 즐기는 가수들과 후배들의 도전을 뒤에서 응원하는 전설, 그리고 이를 위해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종일 무대를 준비하는 제작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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