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쿠의 교체 출전, 불신이 아닌 황선홍의 안배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2.03.04 08: 32

지쿠(29)가 K리그 첫 경기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선발 출전이 아닌 후반 교체 투입이었다. 지쿠의 화려한 데뷔전을 기대하던 이들로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투입이었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3일 포항 스틸야드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울산 현대와 개막전에서 전반 종료 직전 허용한 김신욱의 골을 끝내 만회하지 못한 채 0-1로 패배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의 아픔을 개막전 승리로 잊으려던 포항에는 아쉬운 경기였다.
이날 경기 전 화제는 포항의 선발 명단이었다. 울산이 김승용과 이근호 등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을 선발로 내보내며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게 만든 데 비해 포항은 박성호가 원톱으로 기용된 것과 조란이 중앙 수비 자리를 지킨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화제의 세리에 A 출신 지쿠가 빠졌기 때문.

이에 대해 황선홍 감독은 경기 전 만난 자리서 "쓸 곳이 따로 있다"며 말을 아꼈지만 이내 "K리그를 눈으로 확인하게 하고 천천히 투입하려고 한다"고 속사정을 밝혔다. 몇 차례 K리그 구단들과 연습 경기를 해봤지만 실전은 처음인 만큼 눈으로 지켜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눈으로의 경험은 오래가지 못했다. 전반 44분 김신욱이 문전에서 강슛으로 포항의 골망을 흔든 것. 결국 황선홍 감독으로서는 후반 14분 노병준 대신 지쿠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대하던 골은 나오지 않았다. 두 차례 슈팅이 전부였다.
그러나 황 감독은 지쿠에 대해 실망하지 않았다. "지쿠의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다. 개막전 특성상 (열띤 경기로) 거친 몸싸움과 같은 상황이 나올 수 있어서 밖에서 지켜보게 한 뒤 교체로 넣으려고 마음 먹고 있었다"며 "K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앞으로 좋은 역할을 해줄 선수다. 초반 몇 경기에서 모습으로 선수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차츰 적응해서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황 감독과 같은 이유로 김호곤 울산 감독도 새롭게 영입한 아키를 후반 22분에야 출전시켰다. 김 감독은 "일본 축구와 한국 축구의 다른 점이 있어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계속 활용할 것이다"며 황 감독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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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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