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에 있어서 토요일 오후 6시대는 5년 넘게 골치 아픈 시간대였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무한도전’에 밀려 줄줄이 저조한 시청률로 퇴장했고 뭘 해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자유선언 토요일-불후의 명곡2’가 시작된 이후 조금씩 달라졌다. 물론 여전히 인지도에 있어서 ‘무한도전’과 SBS ‘스타킹’에 밀려 3위지만 꼴찌라고 보기에는 시청률이 나쁘지 않다.
지난 3일 방송된 ‘불후의 명곡2’는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결과 전국 기준 11.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무한도전’이 MBC 파업으로 재방송이 되고 있다고 해도 이 같은 결과는 고무적이다.

가요계 전설을 초대해 그의 명곡을 후배들이 재해석하는 구성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불후의 명곡2’ 고민구 PD를 지난 달 27일 김건모 편의 녹화가 진행된 KBS 신관 공개홀에서 만났다.
-‘불후의 명곡2’가 이제 안정권에 접어들었는데 비결이 무엇인가?
초반에 시행착오를 딛고 구성에 있어서 무게 중심을 전설로 옮겨간 것이 힘이 컸다. 노래는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다. 20대인 샤이니 태민부터 40대인 임태경까지 무대를 즐기고 있다. 또 발라드부터 댄스, 재즈, 록까지 정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우리 프로그램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시청자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나는 가수다’와 달리 탈락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탈락자가 없기 때문에 구성상의 힘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긴장감도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탈락자가 없어서 가수들이 편하게 무대에 오르고 자유롭게 합류했다가 잠시 프로그램에서 빠졌다가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 번에 불사르는 것보다 온돌방처럼 따뜻한 프로그램이었으면 좋겠다. 탈락자가 생기면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명곡판정단을 사로잡기 위해 장르가 한정될 것이다. 또 고음 위주로 노래를 구성할 것이다. 오늘 무대를 예를 들어보면 알리가 김건모의 ‘넌 친구 난 연인’을 불렀다. 알리처럼 고음을 잘 소화할 수 있는 가수가 음폭의 변화가 크지 않은 방식을 선택했다. 우리는 가수들이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다채로운 무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불후의 명곡2’의 시청층이 두터운 편이다.
젊은 세대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시청자들을 끌고 가고 싶다. 2000년대 이전의 노래들을 젊은 세대에게 소개함으로써 중장년층이 들었던 노래들의 감성을 전하고 싶다. 2000년대 이전의 노래를 들어보면 가사와 멜로디에 있어서 감정이 발효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생명력이 긴 이런 노래들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해서 세대간 소통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꼭 섭외하고 싶은 전설이 있는가?
‘불후의 명곡2’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오늘 김건모 편을 녹화했고 조만간 패티김 편 녹화가 예정돼 있다. 이미자, 나훈아, 신중현, 이승철 등 정말 거론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전설이 있고 모두 모시고 싶다. 다행인 것은 전설들이 ‘불후의 명곡2’를 좋게 봐주신다는 것이다.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전설의 노래들이 꾸준히 사랑을 받고 시간이 지나도 이런 노래를 좋아하는 대중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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