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던 경기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며 야구계가 충격에 빠졌다.
프로배구 승부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브로커 강 모씨는 지난달 14일 프로야구에도 첫 회 볼넷을 통한 조작이 횡행하고 있다는 폭로를 터트렸다. 검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LG 트윈스 투수 박현준(26)과 김성현(23)이 가담자로 지목됐다. 두 선수는 처음 의혹이 일자 "절대 그런 일이 없다"며 경기조작 가담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팬 들의 믿음과는 달리 결국 경기조작 사실을 시인했다. 지난달 28일 체포된 김성현은 대구지검에서 수사를 받은 끝에 가담 사실을 인정했고 검찰은 2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같은 날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캠프에서 검찰에 출두하기 위해 귀국했던 박현준은 인천공항에서 웃는 얼굴로 "가담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마찬가지로 검찰에서 경기조작 가담을 인정했다. 박현준은 적극적인 수사 협조를 약속해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김성현과 박현준의 추후 징계 방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의 미래를 결정지을 세 가지 쟁점에 대해 짚어봤다.
▲ KBO의 처벌 수위는? '영구 실격' 유력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야구규약을 통해 처벌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일단 경기조작에 가담한 두 투수를 처벌할 규정은 야구규약 제 14장 유해행위에 적시되어 있다.14장 제 140조 [부정행위] 항목은 '선수, 감독, 코치 또는 구단 임직원이 부정행위를 했을 경우 총재는 영구 실격선수로 지명하거나 직무를 정지한다'고 되어 있다. 두 투수는 이 가운데 제 1항 '소속구단의 경기에 있어 고의적인 패배를 기도하거나 필승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태만히 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고의적으로 볼넷을 주는 건 패배를 기도한 건 아니지만 필승을 위한 노력 태만과 다름없다.
KBO 역시 사실상 두 선수가 영구 실격선수 처분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BO 관계자는 "선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야구의 근간을 흔든 사건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혐의가 최종 입증된다면 곧바로 영구 실격을 포함해 판결이 내려질 것이다. 사실상 한국에서 야구를 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징계위원회를 거쳐 KBO 총재에 의해 영구 실격선수로 지명되면 한국에서는 프로야구와 관련된 어떠한 일에도 종사할 수 없다.
다만 징계 수위에 대한 최종 결정 시기는 미정이다. 두 선수에 대한 수사가 이제 막 시작됐고, 추후 가담자가 더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추가로 가담자가 나오면 그 때마다 징계위원회를 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으며 "(경기조작에 대해) 아직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판결을 내린 건 아니다. 법원의 판결을 끝까지 기다릴 수는 없겠지만 일단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해당 선수들의 신분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조작 가담 선수, 해외진출 가능한가
지난해 K리그는 승부조작으로 이미 홍역을 치렀다. 검찰의 대대적인 조사 결과 수 십명의 선수가 승부조작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최종적으로 50명의 선수가 K리그에서 영구 추방 처분을 받았다. 특히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최성국은 승부조작 뿐 아니라 브로커 역할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최성국은 지난달 마케도니아 1부리그 FK 라보트니키와 입단 계약을 맺고 데뷔전까지 치렀다. 연봉은 2억~4억원 선으로 알려졌고 프로축구에서 추방된 선수가 해외 진출로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데 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렇다면 프로야구는 어떨까. 만약 경기조작에 가담한 두 선수가 영구 실격 처분을 받는다면 한국 야구계에서 영원히 추방을 당하게 된다. 아직 젊은 선수이기에 둘은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갈 길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KBO는 "프로야구가 존재하는 나라들과 협정을 맺어 놓았다. 영구 실격 등의 신분을 가진 선수는 상호 협정을 맺은 리그에서 뛸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는 미국·일본·대만 프로야구와 협정을 맺고 있다. KBO 총재와 해당 리그 커미셔너가 맺은 이 협정에는 공통적으로 '한국 선수가 한국 구단의 보류, 군복무, 임의탈퇴, 제한, 실격, 자격정지 또는 부적격 명단에 속한 경우 영입하려는 리그는 KBO 총재를 통한 한국 구단의 승인 없이는 고용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사실상 미국, 일본, 대만 등에 선수로서 진출할 길은 막혔고 이들 세 리그도 굳이 경기조작 전력이 있는 선수를 영입할 이유가 없다.
다만 모든 국가에서 프로야구 선수로 뛰는 걸 막기는 사실상 힘들다. KBO는 "다른 나라에 가서 사회인야구도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상호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에서 프로야구 선수로 뛰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상호 협정이 없는 리그에 진출하려는 선수까지 막을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 선수로는 끝, 아마추어 지도자는 가능한가
현재 경기조작에 가담한 것이 밝혀진 두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계에 종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수는 물론이고 코치, 구단 프런트 등 모든 길이 막힌다. 그렇다면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로 나서는 것도 법적으로 금지될까.
프로야구 징계자에 대한 아마추어 지도자 임명 금지를 명시해 둔 조항은 없다. 그렇지만 아마추어 야구계에서 일을 하는 것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KBO는 "해당 선수에 징계를 내린다면 일단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협회와 협의를 해 봐야 할 것"이라면서 "축구의 경우는 프로연맹과 협회가 공동으로 묶어 함께 징계해 아마추어 지도자의 길도 막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사실상 프로야구와 아마추어 야구도 징계자에 대해 공통의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스포츠정신을 위배했기 때문에 그 어느 팀에서도 지도자로 영입한다는 건 어불성설에 가깝다.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는 선수의 기량뿐만 아니라 인성교육도 함께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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