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리그 최고의 '특급 잠수함' 정대현(36)은 정비를 위해 잠시 엔진을 껐다. 롯데는 새로 팀에 합류한 두 명의 '신형 잠수함', 김성배(31)-김성호(23)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즌에 돌입하기 전 부터 롯데는 한 가지 근심거리를 안게 됐다. 불펜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언더핸드 정대현이 왼쪽 무릎수술을 받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는 정대현의 실전 복귀를 6월 경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대현의 무릎 수술로 롯데는 시즌 초반 옆구리 투수를 반드시 구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임경완이 SK로 팀을 옮겼기에 1군에 필승조를 맡아 줄 잠수함 투수가 필요했다. 유사시 이재곤이 불펜으로 들어가도 되지만 현재는 5선발 경쟁 중이므로 다른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이에 양승호(52) 감독은 "김성배와 신인 김성호가 훌륭하게 공백을 채워줄 것"이라고 기대섞인 대답을 내 놓았다.

양 감독에 의해 후보로 거론된 두 투수는 모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사이판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던 김성배는 지난달 23일 양 감독의 호출을 받고 가고시마 캠프에 합류했다. 꾸준한 재활 끝에 팔꿈치 통증은 많이 호전됐고, 상동구장에서 가진 경성대와의 연습경기에서 김성배는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 합격점을 받았다.
캠프에 합류한 김성배는 "여기서 다치면 올해 끝이다. 밸런스를 찾는 게 우선"이라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현재 김성배는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100% 컨디션은 아니지만 팔은 안 아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갑자기 팀을 옮기는 등 풍파를 겪었지만 김성배는 여전히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그는 "(정)대현이 형이 오면 내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신경 안 쓴다. 내가 하기 나름"이라며 "아직 시범경기까지 시간이 남았다. 그때까지 페이스를 끌어 올린다면 개막 엔트리에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무엇보다 김성배는 선발투수 보다는 중간계투가 더 쉽다는 말로 보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작년 선발과 중간을 왔다갔다 하며 힘들었다. 그래서 컨디션을 조절하기 힘들었다"면서 "선발로 나왔을 때 좀 맞아서 평균자책점이 높다. 그렇지만 중간계투로 나온 성적은 괜찮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간 계투는 자신있다. 1이닝을 막는 건 선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진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김성배는 선발로 6경기에 나와 1승 4패 평균자책점 8.87에 그쳤다. 하지만 중간계투로는 25경기에 등판, 1패 4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45로 준수했다. 28⅔이닝동안 볼넷을 6개밖에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안정적인 제구력이 돋보였다. 지난해 두산에서 불펜으로 보여줬던 페이스대로 던져준다면 롯데는 또 한 명의 필승조를 얻게 된다.
여기에 또 한명의 잠수함, 신인 김성호도 주전 경쟁을 자신한다. 덕수고-동아대를 졸업한 김성호는 대학교 1학년 때 투수로 전향해 상대적으로 많은 공을 던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어깨 상태가 좋다. 가고시마 캠프에서는 순조롭게 컨디션을 끌어올려 벌써부터 최고 구속 144km의 직구를 꽂아넣고 있다. 사이드암과 스리쿼터의 중간 쯤인 특이한 투구폼을 지닌 김성호는 타자들과의 타이밍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 기대받고 있다.
김성호는 신인다운 패기로 허리에서의 활약을 다짐한다. 그는 "선발 자리보다는 중간 계투에 욕심이 난다"며 "감독님이 10홀드 이상만 해 달라고 말씀 하셨는데 목표는 15홀드"라고 밝혔다. 이어 "신인이라면 신인왕을 목표로 하는 게 당연하다. 인생에 한 번 있는 기회인데 보직이 중간계투라도 나만 잘 한다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마운드에 선 투수는 자신감이 필수다. 김성배와 김성배, 자신감으로 무장한 롯데의 신형 잠수함 '김성배호'가 정대현의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우며 1군 마운드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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