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조서 과연 어느 팀이 살아남을까.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대진이 양극화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원주 동부를 중심으로 자밀 왓킨스가 가세한 전주 KCC와 함지훈 효과를 누리고 있는 울산 모비스가 4~5위가 돼 플레이오프의 같은 조에 편성된 것이다. 동부 강동희 감독, KCC 허재 감독, 모비스 유재학 감독 등 인연 깊은 사령탑들의 대결도 흥미롭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는 1·4·5위 조, 2·3·6위 조로 나뉜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4~5위팀의 승자가 1위팀과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다. 반대로 3~6위팀의 승자가 2위팀과 붙는 형식. 동부-KCC-모비스 조가 '죽음의 조'로 불리는 건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팀들이기 때문이다. 동부(1회)·KCC(2회)·모비스(2회)는 지난 5년간 우승을 나눠가진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팀들이다.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동부는 두말 할 것도 없다. 윤호영-김주성-로드 벤슨의 트리플타워와 박지현-이광재의 외곽 라인은 물샐 틈조차 없다.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큰 동부로서는 4강 플레이오프 직행으로 얻는 체력적인 우위도 굉장한 플러스 요인. 플레이오프에서도 유력한 우승후보다.
그런데 KCC와 모비스가 만만치 않다. 정규리그 4~5위를 차지한 팀들이 지금껏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KCC와 모비스는 종전 4~5위팀들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된다. KCC는 대체 외국인선수로 들어온 왓킨스가 빠르게 팀에 완벽히 녹아들었고, 모비스는 군제대한 함지훈이 합류한 후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KCC는 왓킨스가 합류한 이후 6경기에서 5승1패를 올렸다. 손발이 맞지 않은 첫 경기에서 동부에게 패했을 뿐 이후 마지막 5경기를 모두 이겼다. 5연승 기간 평균 득점 97.0점으로 화끈한 공격농구를 펼쳤다. 왓킨스-하승진의 트윈타워가 높이에서 힘을 발휘하자 외곽 라인도 덩달아 살아났다. 왓킨스 효과가 나타난 최근 5경기에서 KCC의 3점슛 성공 갯수는 7.4개로 늘어났고, 3점슛 성공률도 41.1%나 된다. 화력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모비스도 함지훈이 들어온 이후 전혀 다른 팀이 됐다. 함지훈 가세 후 11경기에서 6연승과 4연승 포함 10승1패. 압도적인 성적이다. 양동근과 테렌스 레더에 의존하던 공격루트가 다양해지며 골밑 강화 효과도 나타났다. 여기에 함지훈의 피딩 능력이 뛰어나 김동우·박종천·박구영 등 외곽 슈터들도 살아났다. 함지훈 합류 전후로 경기당 3점슛(6.8개→7.5개)·성공률(35.3%→39.3%)이 모두 상승했다. 평균 실점도 76.8점에서 73.9점으로 더 떨어졌다.
동부는 왓킨스의 KCC를 상대로 승리했지만 왓킨스 합류 첫 경기였던지라 KCC의 조직력이 완전하지 않을 때였다. 시즌 마지막 날에는 함지훈의 모비스에 졌다. 물론 김주성·윤호영을 빼고 치른 경기이기 때문에 승패에는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분명한 것은 KCC와 모비스는 어느 팀에든 껄끄러운 상대라는 사실이다.
당장 KCC와 모비스는 서로를 넘어야 한다. 아직 두 팀은 왓킨스와 함지훈이 가세한 상황에서는 붙지 않았다. 이번 6강 플레이오프에서 새로운 전력으로 맞대결한다. 시즌 막판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던 두 팀의 승부이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 KCC-모비스의 승자와 동부가 맞붙을 4강 플레이오프는 '미리 보는 챔피언 결정전'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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