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스무번째 봄이다.
프로야구 최고의 베테랑 이종범(42)이 프로 20년째를 맞아 자신과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오키나와 실전 캠프에서 쟁쟁한 후배들과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냉정한 프로의 현실이자 힘겨운 싸움. 그러나 살아 남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한다. 93년 데뷔해 '야구천재'라는 닉네임을 얻었고 97년까지 5년동안 3번의 우승을 견인하면서 프로야구를 지배했다. 일본에서 잠시 주춤했으나 2001년 타이거즈로 복귀해 팀의 간판으로 활약해왔다. 은퇴위기도 겪었지만 2009년 10번째 우승을 이끌며 눈물까지 흘렸다.

타이거즈 팬들에게 그는 국보투수 선동렬 감독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레전드이다. 올해는 선동렬 감독의 부임과 함께 옛 타이거즈의 영화를 재현하기를 기대받고 있다. 선 감독도 부임직후 은퇴보다는 기회를 보장했고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시켰다.
전지훈련에서 충실한 훈련을 펼쳤다. 서서히 실전에도 나서면서 감각을 키우고 있다. 야쿠르트를 상대로 톱타자로 나서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경기에 출전하지 않으면 배팅볼을 던져주면서 후배들의 타격에 도움을 주었다. 경쟁을 하지만 이제는 후배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 자체가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듯 하다.
선동렬 감독도 기회를 주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경쟁은 필연적이다. 올해 KIA 외야 자원은 넘친다. 기존의 이용규, 신종길, 김원섭을 비롯해 그동안 지명타자로 출전했던 나지완도 체중을 감량하고 외야수 수비에 가담한다. 여기에 외야 백업요원으로 류재원과 윤완주가 대기하고 있다.
더욱이 최희섭이 돌아온다면 1루를 맡았던 김상현이 외야수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종범으로서는 힘겨운 상황이다. 그는 "어떤 보직이든 최선을 다하겠다. 100경기 정도 출장으로 팀의 빈틈을 메워주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야구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이지만 20년째 맞는 봄은 여전히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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