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 변신' 백지훈, 19개월만의 복귀 의미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3.05 09: 20

[OSEN=김희선 인턴기자] '파랑새'가 '불사조'로 변신해서 돌아왔다. 오랜 시간 동안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던 백지훈(27)이 군인의 모습으로 1년 7개월 만에 복귀했다.
지난 4일 상주시민운동장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2 K리그' 상주 상무와 광주 FC의 개막전 첫 경기, 0-0 팽팽한 무승부 상황이 이어지던 가운데 박항서 감독은 백지훈을 투입했다. 후반 9분 고차원과 교체된 백지훈은 수원 삼성 시절이던 2010년 9월 4일 이후 처음으로 K리그 그라운드를 밟았다.
2010년 AFC챔피언스리그 경기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해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던 백지훈은 결국 상무행을 택했다. 정상의 길을 달려오던 백지훈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백지훈 본인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단 1년이라도 K리그에 뛰고 싶어서" 상무 입대를 결정했다는 백지훈은 한층 성숙한 모습이었다. 부상으로 인해 자신이 잊혀져가는 것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경기장도 가지 않고, 오직 TV로만 경기를 보던 때를 떠올리면서 백지훈은 자신의 변화를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서 "부상 당한 선수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알게 됐다. 경기에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는 백지훈은 상주에서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돌아온 백지훈은 김재성과 함께 중앙에서 미드필더로 뛰었다. 비록 상주는 이날 후반 40분 주앙 파울로에 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지만 백지훈에게는 의미가 있었던 경기였다. 백지훈이 앞으로 상주에서 무슨 일을 맡아야 할지 답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날 상주는 측면과 중앙이 번갈아 막히며 시원하게 공격 루트를 개척하지 못했다. 미드필드 싸움에서 중앙 돌파로 이어지지 못하고 측면으로 공을 흘렸지만 크로스를 올리지 못하고 기회를 만드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세트피스 상황에 의존했지만 상대 장신 복이에 밀려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앞으로 백지훈이 해줘야 할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백지훈은 그 동안 골을 넣고 팀이 이기는 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해 왔던 선수다. 그러나 이제 백지훈은 본인 스스로 "다른 선수를 뒷바라지하고 묵묵히 챙겨줘서 이길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한다.  
박항서 감독 역시 이날 경기 후 "생각보다 회복이 빨라서 투입했을 뿐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다"며 "스스로 어느 정도 소화해낼 수 있는지 생각하고 팀이 요구하는 만큼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 부상을 떨치고 새로 태어난 백지훈이 상주에서 보여줄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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