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과 절망만 남긴 뉴에이스, 그 진한 아쉬움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3.06 06: 42

뉴에이스의 마지막 모습은 실망과 절망뿐이었다.
KBO는 5일 경기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LG 박현준에게 야구 활동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로써 박현준은 훈련과 경기를 비롯한 일체의 구단 활동에 참가하지 못하며 참가활동보수도 받을 수 없다. 그야말로 모든 야구 활동이 정지됐다.  
지난 3일 박현준이 검찰 조사 중 경기조작 가담을 시인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을 때부터 사실상 박현준의 미래는 굳게 닫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경기조작은 30년 프로야구 역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사건이다. 게다가 박현준의 미래가 그 누구보다 밝았음을 생각한다면 박현준을 이해할 수도, 경기조작 사건을 예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지난 시즌 박현준은 LG의 희망이었다. 시즌 초부터 무섭게 연승행진을 펼쳤고 LG도 박현준의 활약에 힘입어 상위권을 질주했다. 타고난 재능만 지닌 선수가 아니었다. 경기 중 다리에 강한 타구를 맞고도 마운드를 지키며 투혼을 불살랐다. 승리에 대한, 그리고 팀을 위해 헌신하려는 강한 집념을 그라운드에서 내뿜었다.
선발투수로 나선 첫 시즌부터 13승을 올렸다. 2000년대 LG에서 풀타임 선발 첫 해부터 두 자릿수 승을 올린 토종 선수는 박현준이 유일하다. 이대로라면 LG에서 활약뿐이 아닌 2013WBC에선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박현준은 국가는커녕 자신의 팀도 책임지지 못했다. 박현준은 LG의 포스트시즌이 좌절된 시점에서 경기조작을 벌였다고 시인했다. 팀이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라는 치욕을 당했는데 자신의 잇속만을 챙겼다. 그아말로 팀의 자존심까지 무너뜨렸다.
물론 박현준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선후배 의식이 돈독한 야구판이기에 좀처럼 거절할 수 없는 제의를 받았을 수 있다. 아니면 의도치 않게 사건에 휘말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팀의 구성원이라는 의식이 강하게 박혀있었다면, 더 나아가 스포츠인이라는 자부심이 가슴속에 조금이라도 자리했다면,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지난 시즌 잠실구장에는 무수히 많은 등번호 11번 유니폼이 있었다. 11번 유니폼을 입은 이들에게 박현준이란 존재는 곧 자부심과 찬란한 미래였다. 지난 10년 동안 가장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한 팀이지만 아픈 과거가 지나가면 밝은 미래가 찾아올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 미래의 중심에는 박현준이 자리할 것 같았다.
그러나 기대는 실망과 절망으로 돌아왔다. 2011년의 추억들도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악몽으로 변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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