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153km의 광속구를 던지는 등 묵직한 직구를 선보였으나 볼넷 2개를 내주고 폭투로 실점하는 등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감독은 워낙 성실한 선수인만큼 더 나아질 가능성을 높이 샀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에게 새 외국인 마루리 스콧 프록터(35)는 이미 '내 사람'이 되어있었다.
프록터는 지난 4일 2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현 아이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서 0-0으로 맞선 4회초 선발 김선우의 바통을 이어받아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1이닝 동안 투구 기록은 31구 2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2개) 2실점으로 불만족스러웠다.
첫 타자 조성환에게 중전 안타를 내준 뒤 전준우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프록터는 홍성흔을 삼진처리했으나 박종윤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한 후 신인 신본기를 삼진으로 잡았다. 그러나 1사 만루 황재균 타석에서 폭투를 범하며 조성환, 전준우의 홈 쇄도를 막지 못했다. 황재균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프록터는 이동훈을 삼진처리하며 1이닝을 힘겹게 마쳤다.

경기 후 프록터는 "몸 상태는 매우 좋았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팀에서 마무리 보직을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안타를 맞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볼넷을 내준 것이 불만족스럽다. 직구 위주 투구를 했으나 제구가 불만족스러웠다"라며 투구를 자평했다. 그와 함께 프록터는 "롯데 타자들의 컨택 능력이 뛰어난 것을 보고 한국 타자들을 다시 한 번 높게 평가하게 되었다"라며 처음으로 한국 타자들을 상대한 소감을 밝혔다.
2006년 뉴욕 양키스 시절 최고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 앞을 지키는 셋업맨 겸 마당쇠 노릇을 하던 프록터는 전지훈련 합류부터 성실한 자세와 철저한 마인드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자신이 개최한 자선 행사 참여를 제외하면 거의 빼놓지 않고 팀 훈련 일정과 개인훈련을 소화하는 등 경기 외적으로 만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선수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김 감독은 프록터 합류 당시 그의 투구 스타일에 대해 물어본 바 있다. 프록터는 "실전에서 던지는 구종 5가지 정도가 있다. 나는 경기 전 여러 공을 던져보고 가장 좋은 두 가지 구종을 공격적으로 던지는 스타일이다. 직구 위주의 투구만을 고수하지는 않겠다. 매일 직구가 좋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라며 여러 패턴을 보여주는 마무리가 되겠다고 다짐했고 김 감독도 그 생각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단조로운 스타일을 고수하는 투수가 아니더라. 게다가 불펜 투구를 봤을 때도 확실히 경험이 많은 파워피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 외적으로도 마음 씀씀이나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가 너무 좋았다. 일단 외국인 투수는 잘 뽑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팀 융화에 대한 걱정은 잊은 지 오래다".
김 감독은 경기 후에도 "프록터가 처음 한국타자를 상대한 데다 오랜만의 실전피칭이라 조금 조급한 면이 보였다. 그러나 그동안 캠프기간 중 보여준 마운드에서의 마인드나 피칭을 보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제구가 흔들렸으나 구위는 좋았다고 평가한다. 계속 마무리로 활용할 계획이다"라며 프록터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여줬다. 더스틴 니퍼트를 비롯한 선수들도 프록터에 대해서는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첫 실전서 제구난으로 허덕였으나 감독은 백안시하지 않고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외국인 마무리를 지켜봤다. 한때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명품 계투 프록터가 믿음직한 마무리로서 '코리안 드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인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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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