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나 연기 정말 못하는구나..보름간 눈물"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3.06 09: 17

"내가 이렇게 연기를 못하는구나..이 생각에 눈물만 펑펑 흘렸어요."
배우 김소연이 영화 '가비'(장윤현 감독, 15일 개봉)를 통해 15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영화 '체인지' 이후 처음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나름 연차가 적지 않은 김소연이 영화와는 인연이 적었던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김소연은 이 영화를 찍으며 '연기가 이렇게 힘들구나'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연기력 논란에 한 번도 휘말린 적이 없는 배우다. 연기력에 있어서는 사람들에게 주는 신뢰감이 어느 정도 있다는 얘기다.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 '아이리스'만 잠깐 생각해 보더라도 연기를 못해 울었다는 말은 지나친 겸손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재차 말하는 목소리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내가 이렇게 연기를 못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왜 이게 안 되지?' 이런 생각에 매일 매일이 고통스러웠죠. 처음에는 '감독님 저 따냐와 되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이랬는데 정말 가벼운 얘기였던 거죠. 정말 반성도 많이 했고요. 누가 연기 잘한다고 칭찬해 주면 진짜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감독님 뜻대로 안되는 저를 보며 고난의 연속이었죠. '정말 앞으로 변해야겠구나!'란 생각. 그리고 '이럴 때 이런 감독님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가비'는 명성황후 시해 이후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던 아관파천 당시를 배경으로 고종 황제(박희순)와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김소연), 그리고 그녀를 목숨보다 사랑한 이중스파이 일리치(주진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중 따냐는 생각이나 마음을 표현해서도 안되고 얼굴 표정을 읽혀서도 안 됐다. 하지만 관객들은 따냐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커피를 탈 때는 일리치(주진모)가 보여야 했다. 무지개 색깔의 따냐는 김소연에게 고민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감독님이 '김소연, 우리 사람들을 놀라게 해주자'라고 하셨어요. 사람들에게 김소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자고. 자신있다고 하셨고 저 역시 감독님을 믿고 따라갔죠. 나중에 가편집본을 보니 진짜 '아 나 되게 달라보인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감독님이 테이크를 많이 간 장면들 속에서는 정말 제가 다르더라고요. 7~8번 정도 갔어요. 대부분. 진짜 디테일의 신이신 것 같아요." 
장 감독의 디테일한 지도 속에 스스로도 깜짝 깜짝 놀랄 만큼 변한 것을 느꼈다는 김소연이지만,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숙소 모텔에서 보름 정도 내내 울기도 했다. '연기가 안 돼서'가 그 이유였다.
"촬영 둘째날부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공사관에서의 장면을 찍었는데, 그 당시에는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성격상 나 때문에 촬영이 늦춰지고 이런 것을 진짜 싫어하는데, 연기가 자꾸 안 되니까 빨리빨리 진행이 안되는 거에요. '아, 나때문에 촬영이 늦어지는 구나'란 생각에 부담감과 압박감이 너무 심했어요. 제가 연기를 못해서 그런 것 같더라고요. 그런 것도 사실이고요. 머리 속에서는 알겠는데 가슴으로 연기가 안 나오더라고요. 숙소에가서 보름간을 맨날 울었어요. 펑펑. 그런데 그 때를 경험하고 나니까 뭔가 달라보이는 거에요. 연기를 하고 스스로 '아 뭐지?' 이런 순간도 있었어요. 그런 것도 처음 경험했어요. '나중에 영화볼 때 후회하지 않아야지'라고 감독님이 말씀해주셨고 저 역시도 테이크도 먼저 한 번 더 가자고 하며 정말 작업을 뻔뻔하게 했죠. '에라 모르겠다, 한 번 해보자' 이랬어요. '감정이 안 나도 해보자 다시 갈게요' 이랬어요. 이번에는."
김소연은 힘들 때마다 '내가 여기서 너무 힘들어서 이 정도면 됐지, 라고 생각하고 넘기면 나중에 영화를 볼 때 얼마나 후회가 될까'란 생각을 계속 하며 견뎌냈다고 말했다. 고개 하나 드는 연기도 3, 4번의 테이크를 가면서 결국 거둬내지는 것이 있었다고. "편집본을 보니 가만히 있는데도 좀 성숙해 진 티가 나더라"라며 웃어보인다.
김소연을 통해 새롭게 태어날 따냐는 어떤 모습일까? 김탁환의 소설 '노서아 가비'를 읽은 사람이라면 상당한 기대감을 가질 법 하다. 원작과 영화가 어떻게 다르냐고 묻자 그는 "원작이 러시아를 주 배경으로 보다 경쾌한 느낌이었다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 주"라며 "따냐라는 역할도 책 속에서는 자기애가 강한 센 여성이고, 사랑도 자기의 것을 어느 정도 남겨두고 하는 사람이었다면, 영화에서의 따냐는 남을 더 사랑하고, 조금 더 여성성도 있고 전부 아낌없이 주는 캐릭터. 좀 더 극적이고 애틋하고 연민이 느껴지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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